↑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입자 가속기인 `RFT-30 사이클로트론`. 원자력연은 이 장비를 이용해 차세대 암 치료용 동위원소인 구리(Cu)-67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 한국원자력연구원] |
원자력연은 박정훈·허민구 방사선이용·운영부 책임연구원 연구진이 입자 가속기인 'RFT-30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Cu-67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박 연구원은 "현재는 한 번에 수십 mCi(밀리퀴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는 약 3개 기관에 동시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Cu-67은 진단용 감마선과 치료용 베타선을 모두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어 '테라노스틱스'(치료와 진단의 합성어)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방출되는 베타선의 평균 에너지가 141keV(킬로전자볼트)로 투과력이 작아 폭이 수㎜에 불과한 암세포도 통과하지 않고 내부에 머물며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또 반감기가 약 2.5일로 기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에 비해 짧아 체내 피폭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최근 선진국들은 앞 다퉈 Cu-67을 표지한 항체나 펩타이드 단백질을 이용해 림프종, 대장암, 방광암 등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생산 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그동안 국내에서는 Cu-67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연은 Cu-67을 생산하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표적 플레이트와 도금 장치를 자체 개발해 Cu-67을 만들 수 있는 도금 표적을 제작했다. 여기에 사이클로트론의 양성자 빔을 조사한 뒤 생산된 Cu-67을 도금 표적 분리 장치를 이용해 1차적으로 분리하고, 이온교환수지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으로 고순도의 Cu-67을 최종 분리하는 방식이다.
↑ 폐암 세포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생산한 구리(Cu)-67을 투여하기 전(왼쪽)과 투여 후 24시간이 지난 뒤 전체 폐암 세포의 80%가 사멸한 모습(오른쪽). [사진 제공 = 한국원자력연구원] |
원자력연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Cu-67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사전 수요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경북대 등 연구기관 10여곳이 Cu-67 사용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원자력연은 총 9개의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