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후임이 결정되면서 우리나라 통화정책 최고 결정기구인 금통위가 새 진용을 갖추게 됐다.
16일 한국은행은 신임 금통위원으로 조윤제 전 주미대사,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 고승범 금통위원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은 총재, 부총재를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은행연합회, 한은이 각각 1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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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 전 주미대사 [매경DB] |
기획재정부에서 추천한 조윤제 전 주미대사(68)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 선생님'으로 불린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은행과 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경제수석을 없애고 신설한 경제보좌관을 맡았으며, 이후 주영 대사를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다양한 성향의 교수 800명과 함께 경제공약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주미대사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서강대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2017년 주미대사로 임명되기 전까지는 한은 총재 후보로도 거론됐기에, '총재급' 금통위원이라는 세간의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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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이 지난해 3월 대한상의에서 열린 `우리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매경DB] |
서영경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58)은 대표적인 '한은맨'이다. 대한상의 추천을 받은 그는, 1988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입행했으며,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국, 통화정책국 등에서 요직을 거친 뒤 2013년부터는 한은 첫 여성 부총재보로 3년 간 활약했다. 한은 퇴임 뒤에는 고려대에서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일하다 2018년 대한상의가 새로 만든 SGI의 초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SGI는 지속가능한 성장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설치된 민간 경제연구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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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지난해 5월 개최한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매경DB] |
금융위 추천을 받은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56)는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4년간 재직하다 1997년 세종대 경제학과, 2002년 건국대 경제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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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범 금통위원이 지난해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시 경제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매경DB] |
한은 추천을 받은 고승범 위원은 사상 최초로 연임이 결정된 금통위원이다. 1950년 6월 금통위가 출범한 이후 위원직 연임은 전례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당연직으로 금통위원직을 수행하는 이주열 총재만 연임한 사례가 있다. 경복고와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8회로 금융위원회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고 위원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엄중한 때 연임 추천을 받아 어깨가 무겁다. 새로 오실 금통위원과 정부와 협력해 금융시장 안정을 조속히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 과반수가 한꺼번에 교체되면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한은과 정부 협조가 중요한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원 4인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4인의 금통위원 후보 중 한국은행과 금융위 추천 몫인 고승범, 주상영 후보는 임기가 3년이고, 조윤제, 서영경 후보는 4년의 임기를 보낼 예정이다. 현 위원인 조동철, 이일형, 신인석
위원은 이달 20일을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친다.
금통위원은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연봉은 2018년 기준 3억2350만원이었으며, 업무추진비와 차량 등도 지원받는다. 임기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며 한국의 통화정책을 관장한다는 점에서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누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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