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북 대장주인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 지난 15일 선거 당일 마래푸 투표소에선 보수성향 표가 더 많이 나왔다. 하지만 사전투표까지 합치면 마래푸가 속한 아현동은 여당(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매경DB] |
24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강북권 뉴타운(왕십리·금호동·길음동·가재울·북아현·아현)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5일 선거 때 1위를 휩쓸었다.
가령 왕십리뉴타운 대장주인 센트라스가 속한 왕십리도선동은 과반(50.8%)이 넘게 여당(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지했다. 선거날 당일 현장 투표에선 센트라스가 속한 왕십리도선동 4,5투표소를 중심으로 야당표가 더 많았지만, 사전투표까지 합산하면 여당 지지세가 더 높았다. 센트라스는 전용 85㎡가 14억원대로 종부세 대상(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여서 야당 강세가 예상됐지만 막상 개표를 해보니 여당 표가 더 많았던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가 속한 아현동도 마래푸 투표소로 꼽히는 아현동5·6투표소는 15일 선거 당일 야당표가 더 많았지만, 사전투표까지 합치면 아현동 전체가 여당 지지 성향이 강했다. 전용 85㎡가 9억~10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종부세 대상이 아닌 성북구 내 길음뉴타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등은 투표소 중에 야당(미래통합당)표가 많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진보학계의 대표적인 부동산 철학과는 엇갈리는 결과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되어 아파트로 바뀌면 투표성향이 (보수로) 달라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두려움은 박원순 서울시장 집권 이후 '뉴타운 해제'로 나타났고, 최근엔 세운지구처럼 토지소유주 의사에 반해 정비구역을 해제시키는 방향까지 나아갔다는 일각의 진단도 있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강당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기표 용구를 점검하고 있다. [매경DB] |
하지만 강북 뉴타운 지역은 달랐다. 그 이유로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 1주택자 비율이 꼽힌다.
지난 3월말 기준 인구수를 보면, 야당(나경원 후보)에 더 많은 표를 준 흑석동은 30~40대 비율이 전체 인구의 29.94%에 불과했다. 반면 왕십리뉴타운이 속한 왕십리도선동은 32.88%, 가재울뉴타운이 속한 남가좌2동 역시 30~40대 비율이 31.85%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인 30~40대가 강북뉴타운에 주로 거주하는 것이다.
아울러 강북뉴타운은 상대적으로 1주택자 비율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거주민 중 차지하는 비율은 강남구가 21.7%로 가장 높았다. 서초구, 종로구, 용산구, 송파구 등 전통 부촌이 18% 이상으로 다주택자 비율 상위 5개 지역이다. 반면 강북뉴타운이 속한 마포구, 성동구, 성북구, 서대문구는 다주택자 비율이 15%대로 서울시 평균(15.8%) 수준이었다. 가재울뉴타운 한 아파트를 구매한 30대 유모씨는 "여당 당선자가 지역구 관리를 잘하기도 했고, 아직 1주택자라 종부세 부담이 없는 편"이라며 여당 지지 이유를 밝혔다. 뉴타운 중심으로 형성된 맘카페도 여당 지지세를 뒷받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것이 입증된 전통적인 부촌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매경DB]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사회의 주류세력이 산업화세력에서 민주화세력으로 교체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정당이 된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를 역설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진 전 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정치지형이 1.5당 체제(여당이 1당이고, 야당이 0.5당)로 굳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밖에도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또 다른 부동산 정치철학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 투표성향을 보인다'도 이번 총선과는 맞지 않았다.
서울시 공개자료를 근거로 행정동별 아파트 세대수 대비 2년 간 전월세 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대치동(34.8%), 흑석동(28.1%), 이촌동(26.3%) 등 보수성향 투표가 강한 곳이 강북뉴타운 지역인 길음동(22.2%), 금호동 1~4가(20.9%), 남가좌동(13.0%)보다 아파트 전월세 비율이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통 자가 소유자가 많으면 그만큼 보수화된다는 것이 기존 학계, 특히 진보측의 이야기였다"며 "하지만 자가 소유형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