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사노피로부터 기술반환 의향을 통보받은 당뇨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면서도 편의성이 더 높은 제품이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데다, 한미약품은 이전에도 라이선스 계약이 취소된 항암신약의 글로벌 상업화를 강행하다 좌절한 이력이 있어서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까지는 완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파트너를 찾아 글로벌 상업화를 강행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임상 3상을 마친 뒤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다.
이전까지 GLP-1 유사체 시장을 장악하던 릴리의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세미글루타이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데 비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 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는 편의성이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9월 오젬픽을 경구용제제로 바꾼 '라이벨서스'에 대한 미국 시판 허가를 받아내면서 주사제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강점이 희석됐다. 한미약품의 주장대로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마쳐주고, 시판 허가까지 받는다고 해도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수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다가 라이선스 계약이 취소된 폐암 표적치료제 올리타(올무티닙)의 상업화를 강행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올무티닙은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아 지난 2016년 6월 국내 출시됐지만, 같은해 9월 글로벌 개발 파트너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권리를 반환했다. 당시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의 개발 경쟁에서 밀렸기에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이듬해인 2017년 4월 식약처로부터 올무티닙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받는 등 상업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중
그러나 자이랩은 지난 2018년 3월 올무티닙에 대한 권리를 반환했고, 한미약품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같은해 4월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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