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 이후 두 달여 만에 국내 대면회의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성장사업을 발굴·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태에서 신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위기 속에 움추려들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찾으라는 주문에 무게가 실렸다는 해석이다.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앞으로 성장기회를 잡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신사업으로는 기존 화학·호텔 외에 언택트, 모빌리티 사업 등이 거론된다.
특히 화학사업의 해외역량을 강화하고, 호텔도 미국 등에 거점호텔을 추가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신 회장은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임원회의에는 신 회장을 포함해 그룹의 최고위급 경영자 11명만 참석했다. 참석자는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윤종민 경영전략실장, 추광식 재무실장, 정부옥 인사실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과 그룹 김교현 화학BU(부문)장, 강희태 유통BU장, 이영호 식품BU장, 이봉철 호텔BU장 등이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변화에 맞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신 회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사업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강조한 또 다른 메시지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생산성을 높일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생산성을 높일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의 중요한 시점으로 삼자는 뜻"이라면서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과거의 일하던 방식을 회귀하지 말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다.
신 회장은 본인의 재택근무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직원들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활성화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일본서 귀국한 신 회장은 그동안 자택에서 2주간 자가격리 후 18일부터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동안은 일본과 국내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경영현안을 챙겨왔으면 주요 임원진과 대면회의는 약 2개월 만이다.
당초 신 회장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위기관리' 메시지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비교적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메시지'가 나와 롯데그룹 내외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롯데그룹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자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뜻밖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신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과 발굴과 미래성장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면서 롯데가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5위 기업이라는 지금의 롯데를 만든 것에는 위기때 마다 알짜 기업을 사들인 과감한 베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편의점 '로손'을 인수하고 카드대란으로 국내 경제가 혼란에 빠졌던 2003년 현대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이듬해에는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을 사들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부터 3년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 타이탄, 두산주류BG,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등 롯데가 진행한 M&A 딜은 국내외를 통틀어 총 22건에 달한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보다는 코로나 이후 상황에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쌓아 온 경쟁우위가 그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면서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코로나19이후 롯데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신 회장이 주목하는 물건은 우선 화학과 호텔이 될 전망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히타치화성(日立化成)의 매각 입찰에 참여해 고액을 제시했지만 탈락했다. 다른 곳에도 유력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많아 기회를 찾고 있다"며 일본 화학기업의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한국 중심이었던 호텔 사업은 세계로 확대한다"며 "약 1만5000개인 객실 수를 M&A 등을 활용해 5년 뒤 3만실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가정하고 올해 2·3분기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할 경우 그룹의 경영 계획 수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시장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한국판 뉴딜이나 언택트, 모빌리티 분야 등에 타기업들과 협업하거나 새롭게 신규사업을 진출하는 것도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은 오는 6월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다시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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