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메디톡신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를 추진해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기관으로서 권위가 시험대에 올랐다.
품목허가 취소를 앞두고 메디톡스 측의 소명을 듣기 위해 지난 22일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다음달 4일 추가 청문을 열기로 한 탓에, 최종 결론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는 소송의 예비 판결보다 늦게 나오게 되면서다. ITC 예비 판결이 식약처의 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식약처는 메디톡신이 무허가 원액으로 제조된 바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할 뿐 이외의 사안은 행정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식약처가 정당한 행정절차를 독립적으로 진행했다는 걸 납득하느냐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ITC 소송 뿐 아니라 고법에서 나온 메디톡신의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의 집행정지 결정까지도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영향을 준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개발하면서 메디톡스의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진행되는 미 ITC 소송의 예비판결은 현지시간으로 다음달 5일(한국시간 6월 6일) 나올 예정이다. 식약처가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를 앞두고 두 번째로 개최하는 청문절차 이틀 뒤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청문절차를 마친지 이틀 안에 결론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의약품의 성분이 뒤바뀐 게 뒤늦게 드러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에 대해서도 청문절차가 끝나고 15일이 지난 뒤에야 최종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보툴리눔톡제제와 관련한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균주 출처 분쟁에 대한 ITC 소송의 예비판결이 식약처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22일 첫 번째 청문 절차가 열리기 3시간 전인 오전 11시께 대전고법에서 식약처가 내린 메디톡신 50·100·150단위에 대한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의 집행을 정지하라는 메디톡스 요청을 인용하는 결정도 나온 점이 추가 청문의 배경이 됐다는 추측도 있다. 대전고법의 결정으로 식약처도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더 신중하게 진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메디톡신의 유효성·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제조·판매·사용해도 된다는 결정이 나왔다"이라며 "추가 청문 결정은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뒤 나올 반론의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식약처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약처가 신중해진 이유는 규제기관으로서의 공신력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이미 식약처는 의약품의 주요 성분이 허가 서류에 기재된 것과 다른 점이 뒤늦게 드러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품목허가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국내의 품목허가 취소 사유와 같은 이유로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정지시켰지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한 뒤 최근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재개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미 ITC 소송의 예비판결이나 대전고법의 결정이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산업계와 주식시장의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메디톡신에 대한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전혀 입장이 바뀐 게 없다"며 "내 생각이 바뀐다고 (결론이) 바뀔 일도 아니다. (행정처분은) 시스템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메디톡신을 제조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메디톡신 50·100·150단위에 대한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을 내리고 이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는 공문을 지난달 17일 메디톡스 측에 보냈다.
당초 지난 4일 메디톡스 측의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청문 위원 중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됐다는 이유로 22일로 연기됐고 청문을 한 차례 더 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의 품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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