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로 '총수 취임' 만 2년을 맞습니다.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로 갑작스럽게 총수가 된 구 회장은 '젊은 총수'에 걸맞은 변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취임 초반은 실용주의, 고객중심 등 '뉴LG' 변화의 콘셉트를 드러내는 시기였다면, 만 1년이 지난 지난해부터는 변화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오늘(18일) LG에 따르면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구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3대 키워드는 실용주의, 고객가치, 미래준비입니다.
실제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당시 취임식을 열지 않고 회장 직함 대신 지주사인 ㈜LG 대표로 불러 달라고 할 정도로 의례적인 기존 관습을 깨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구 회장 체제 들어 LG에서 가장 확연한 변화는 제조업 기반인 그룹 전 계열사가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 회장 본인이 디지털 전환에 솔선수범해서 앞장서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신년 시무식을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신년사 동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에서 한창 확산했던 4월 초에는 사장단에게 이메일을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자신감을 느끼고 LG만의 고객을 향한 기본에 집중하자"고 당부했습니다.
같은 달 말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열어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구 회장은 외부에 경영 일정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진 않지만, 공개 행보 역시 고객·디지털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고객 만족을 강조했고, 5월에는 서울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자"고 주문했습니다.
구 회장의 지향점에 맞춰 각 계열사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는 계열사 IT(정보통신) 기술을 올해 50% 이상,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디지털 전환(DX)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경영 전 과정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유망한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해 키우고 시황 변화로 성장이 멈춘 분야는 과감히 접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구 회장 체제 들어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보가 많지 않다 보니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를 들여다보면 구조조정, 각종 인수합병 등 과감한 의사결정을 2년 새에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사업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공격적인 투자를 업고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LG화학은 구 회장이 취임 후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였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해 CEO를 맡길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진 주력 계열사입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GM과 1조 원씩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고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을 세웠습니다.
LG유플러스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했고,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총 20조 원을 투자하는 OLED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LG CNS는 지난 4월 맥쿼리그룹이 지분 35%를 약 1조 원에 인수하면서 일감몰아주기 우려를 해소하고 맥쿼리가 가진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이밖에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전문 기업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뉴에이본과 유럽 피지오겔 등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등 성장성 큰 영역에 대한 주요 M&A가 모두 구 회장 체제 들어 이뤄졌습니다.
유망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AI, 로봇,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18개 유망 스타트업에 4천6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오픈소스 머신러닝 기업인 'H2O.ai' 등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양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이 일제히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LG화학은 지난 10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로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TV 시장 정체에 대응해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지난달 20일 밝혔습니다.
이외에 지난해와 올해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등을 매각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해 역대 최고 수준의 현금을 확보, 유망 분야에서 추가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올해 2월 LG전자 등이 갖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3천700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모임·회의 등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대교체, 인재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2018년과 지난해 인사 때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을 발탁하
전임인 구본무 회장이 20여 년 재임하는 등 구 씨 일가가 경영권을 이어가며 사내 문화가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구 회장은 직함·형식 파괴 등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에 걸맞은 개방적 사내 문화로 탈바꿈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