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발사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개발에 쓰였던 핵심 부품 시험모델 중 하나가 고물상에 팔렸다가 열흘 만에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한 곳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향우연)이 과거 300억원가량 들여 개발한 중요 부품을 고철 폐기물로 간주해 620만원에 처분했던 것이다.
25일 향우연에 따르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지난 3월 20일 나로호 부품 등 폐기 품목 10개를 620만원 상당에 고물상에 넘겼다. 그러다 판매된 철제 박스 속에 나로호 '킥 모터'(Kick Motor)가 들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선 열흘 만에 500만원을 주고 되샀다. 향우연은 폐기 품목 검토를 입사 3개월차인 신입 직원에게 맡겼고, 운영실장 전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우연 관계자는 "내부 직원 중 감사부에 감사를 청구한 사람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내부 감사에 1~2주 전 착수했다"며 "책임 소재부터 명확히 규명하고 관련 규정 또한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킥모터는 2단 로켓인 나로호 2단부에 장착된 소형 고체 로켓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로켓이 2단부를 우주공간에 올려놓으면 위성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판매됐다가 되돌아온 킥모터는 개발 과정에서 쓰인 인증모델(QM)이다. 킥모터는 체계개발모델(EM)과 QM을 거쳐 개발된다. QM은 실제 발사에 쓰는 비행모델(FM)처럼 만들어 실험실에서 성능 인증에 사용한다.
문제가 된 킥모터는 2016년 전시 목적으로 항우연 대전 본원에서 나로우주센터로 옮겨진 것이다. 전시를 마친 뒤 보관해오다 관리 태만으로 녹이 스는 등 고철 상태로 방치됐다. 향우연 관계자는 "전시품이라고 돼 있는데 흉물스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그대로 외부에 흘
과학계에선 국내 연구개발 과정에서 쓰인 성과물 관련 규정 미비 등 관리체계에 큰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향우연은 시제품에 대한 관리·보관·폐기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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