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분석하기 어려운 분야로 알려진 수출액과 환율마저 인공지능이 전통 경제학 모형보다 잘 예측한다는 한국은행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은은 향후 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전망을 도입할 계획이다.
↑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은 특히 달러당 원화값(환율) 예측에서 기존 계량경제학 모형보다 적은 오차로, 적은 오차범위에서 환율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짙은 붉은색이 인공지능 예측, 옅은 붉은색이 계량경제학 예측 범위.[사진=한국은행] |
수출액과 환율은 딥러닝으로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던 분야다. 데이터가 월간 기준으로 작성돼 매일, 매주 단위의 데이터보다 빈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 같은 외부 변수로 인한 등락은 물론 비정형적인 '노이즈'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논문을 작성한 박성빈 한은 과장은 "딥러닝으로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두 경제지표에서도 우수한 전망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1978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통관기준 수출액과 달러당 원화값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값을 딥러닝과 계량모형으로 각각 예측하고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수출에서는 계량경제학이 37억달러, 딥러닝은 39억달러의 오차를 보였다. 오차는 비슷했으나 오차범위는 계량경제학이 150~200억달려였던 반면 딥러닝은 50~100억달러로 더 좁은 범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각각 6.8원과 5.3원의 오차를 보였는데, 오차범위는 각각 30~40원과 5~40원이었다. 딥러닝이 환율 예측에서는 오차와 오차범위에서 모두 우위를 보였다. 박 과장은 "수출액과 환율에서도 기존 계량경제학보다 일부 나은 예측에 성공한 만큼, 향후 다양한 텍스트나 이미지를 활용해 경제전망 정확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숫자는 잘 맞히지만 딥러닝 인공지능의 '블랙박스' 특성이 해결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에는 높은 성능을 보일 수 있다. 반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는 인간이 알 수 없다. 사람은 올해 수출액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렸다는 설명을 해주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망이 확대되더라도 사람이 하는 전망을 좀 더 정확하게 만드
한은 관계자는 "인공지능은 개발하기에 따라 SNS 등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위기상황의 전망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계획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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