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원가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수요 부진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하반기 국내 조선업체들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별로 협상을 통해 후판 가격을 정한다. 앞서 현대제철도 올해 상반기 공급한 후판 가격을 t당 3만원 인하한 바 있다.
철강사들이 한 발 물러난 배경은 고로(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철강 제품의 수요 부진이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고로에서 생산되는 열연·냉연 강판을 사용하는 글로벌 자동차·조선 산업이 불황에 빠진 탓이다. 이에 일본 철강업체들까지 한국 조선업계를 상대로 저가 공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철강업계는 가격을 양보하는 대신 물량을 늘리는 전략으로 조선사들과의 협상에 나섰다. 지난 7월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조선사가 수입재를 당사 물량으로 전환할 경우 후판 가격을 차별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철강업계도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철광석 가격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포스코는 지난 2분기 별도 기준으로 10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철강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원가 상승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8일 기준 t당 123.8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가격인 지난달 21일에는 127.38달러까지 올라 지난 2014년 1월 이후 6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 가격 줄다리기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2016년의 해양플랜트 인도지연 사태로 인한 조선업 위기 이후 업황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조선업계와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는 철강업계가 맞서면서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위기를 맞은 이후 한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철강업체가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이 중국산 후판 가격보다 저렴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