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우수한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인재와 정부 전략, 기업환경 부문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가별 AI 산업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AI 인덱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우수한데도 AI 산업 성장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생태계 수준은 54개국 중 8위였다. 글로벌 AI 인덱스는 올해 2월 세계경제포럼(WEF) 영국 데이터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발표한 지표다. 인재·인프라·운영환경·연구수준·개발·정부전략·벤처현황 등 7개 항목에서 100점 만점으로 국가별 점수를 매긴다.
한국은 네트워크 환경과 안정성을 의미하는 '인프라' 부문과 특허·제품 혁신 등 '개발' 부문만 5위권 안에 들었다. 나머지 5개 부문은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미국은 인재, 인프라, 연구수준, 벤처기업 규모 등 총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데이터 규제 등 행정여건을 의미하는 운영환경 부문에서, 중국은 개발 부문과 정부 전략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은 인재, 운영환경, 정부전략, 벤처현황 부문에서 평균 점수도 기록하지 못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AI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3년에 중국은 119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 반면 한국은 중국의 약 4.5% 수준인 64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경련은 한국 AI 산업 성장이 더딘 이유로 정부의 정책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정부의 투자 지원 등을 의미하는 '정부 전략' 부문의 우리나라 순위는 54개국 중 31위로 7개 항목 중 최저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에 3년간 1천억 위안(17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반면, 한국은 작년 말 'AI 국가전략'에 향후 10년간 1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AI 산업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인재부문은 11.4점으로 1위인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학술 논문 등 출판물의 양적 수준과 인용 정도를 의미하는 연구 수준
'글로벌 AI 인재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최고급 AI 인재 2만2400명 중 미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인재는 각각 1만295명(46.0%)과 2525명(11.3%)이었고, 한국은 405명(1.8%)에 불과했다.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