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족이 늘면서 국내 수제맥주 판도가 바뀌었다. 올해 초만 해도 수제맥주는 펍에서 한두잔씩 골라먹는 재미로 맛 보는 술이었다. 신선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생맥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즐겨찾곤 했지만 최근 외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면서 펍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수제맥주 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캔맥주'다. 생맥주와 달리 캔맥주는 휴대성이 높아 가정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에 부합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카브루의 전체 매출에서 캔맥주가 차지한 비중은 69%로 생맥주(31%)를 2배이상 앞질렀다. 2019년 여름만 해도 생맥주가 전체 매출의 63%를 책임지며 캔맥주(37%) 대신 실적을 견인했으나 1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최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펍에 직접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캔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결과다. 실제 지난달 카브루의 캔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34%가량 증가했다. 카브루 관계자는 "올초 주세법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데다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캔맥주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지난 5월 정부가 주류 배달을 일정부분 허용한 것도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제품 라인업과 판매처를 확대한 것 역시 캔맥주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브루는 지난해 6월 '경복궁 에일'을 시작으로 올해 7월까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왔다. 현재 보유 중인 캔맥주 브랜드는 총 4종이다. 이 가운데 대표 제품인 경복궁 에일의 경우 7개월 만에 100만캔이 팔렸으며 현재까지 편의점 GS25에서 수제맥주 부문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카브루는 캔맥주 부문에 힘을 싣기 위해 경기 가평에 60억원을 들여 캔 전문 제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달 중 착공에 돌입해 내년 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브루어리가 완공될 경우 캔맥주 생산능력은 연 최대 3800만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맥주도 캔맥주의 약진 덕분에 코로나19라는 변수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제주맥주 매출은 148억원으로 2019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준을 넘어섰다. 전국 대형마트를 비롯해 5대 편의점, 백화점 등 가정채널에서 캔 제품 3종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 채널에 입점한 캔맥주의 경우 지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4배 증가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양조장을 4배 증설하는 등 선제 전략을 구사한 덕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다"며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집에서도 펍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 리스트와 영상물을 추천해주거나 전용 잔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캔맥주 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 최초 드라이브스루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매장 안에 굳이 들어오지 않아도 10종에 달하는 수제맥주를 3분 안에 구입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관계자는 "지난달 말 드라이브스루 이용고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은 10만원으로 예상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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