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 최초 공개 타이틀도 중국에 빼앗겼다. 다만 폴더블폰 때처럼 홍보용 기습 전략일 뿐 상용화 시기와 완성도 측면에서 한국이 훨씬 우위에 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전날인 17일 '이노데이 2020' 행사에서 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펼치는 구조의 롤러블폰 콘셉트 '오포X 2021'을 선보였다. 기존 롤러블폰 출시를 암시해왔던 LG전자보다 빠르다.
물론 지난달 말 중국 TCL도 개발 중인 롤러블폰 프로토타입을 온라인으로 선보인 바 있지만 제품형태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포 롤러블폰은 기본 스마트폰 바 형태에서는 화면이 6.7인치이지만, 화면을 펼치면 최대 7.4인치까지 늘어난다. '롤 모터'를 탑재해 사용자가 버튼을 터치하면 디스플레이 크기가 조정되며, 재생 콘텐츠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능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오포는 출시 시기나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포가 롤러블폰 시제품을 갑작스레 공개한 것은 LG전자 롤러블폰 공개에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홍보용' 기습 전략인 셈이다.
다만 롤러블폰 상용화 시기는 LG전자가 더 빠를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포가 이번에 보여준 것은 시제품 수준이며, 양산까지 꽤 험난할 것"이라며 "출시는 LG전자가 오포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시제품 단계라 제품 수준을 가늠할 순 없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도 LG전자가 더 앞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최근 롤러블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만큼 롤러블에 대한 기술적인 우위에 서있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이미 롤러블폰 시제품을 생산해 테스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초 LG전자는 평택 공장에서 롤러블폰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생산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LG 롤러블폰 출시는 이르면 내년 3월이다. 앞서 지난 9월 LG전자는 'LG 윙' 발표 행사 말미에 롤러블폰을 연상케하는 장면을 깜짝 노출시키며 롤러블폰 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LG 롤러블폰 명칭은 'LG 롤러블'이 유력하다. LG전자는 시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내장된 화면이 펼쳐졌다가 말리는 구조는 오포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폴더블폰이 태동하던 시기에도 이 같은 경우가 있었다. 세계 최초 폴더블폰 상용화를 준비하던 삼성전자는 2019년 3월 갤럭시폴드 공개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2018년 10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로욜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인 '플렉스 파이' 시제품을 선보이며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가져갔다.
하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조악한 수준인 데다 대량 생산 체계도 갖추지 못해 결국 홍보용으로 끝났다.
결국 세계 최초 상용화는 삼성전자가 가져갔고 지금까지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후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삼성전자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고 판매량도 높지 않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삼성전자가 우위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 화웨이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폴더블폰 노선을 택했다.
접는 형태에 따라 활용성은 각양각색이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인폴딩이 우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인폴딩은 빈틈없이 접어야돼 디스플레이 곡률을 최소화해야는 만큼 기술적 난도가 높다"며 "반대로 아웃폴딩은
개발이 쉬운 만큼 화웨이뿐 아니라 사실상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내놓은 로욜도 아웃폴딩이었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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