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경쟁이 숙명입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툴로서 채택한 게 클라우드입니다"
김경진 델 테크놀로지스 한국총괄사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올해의 IT 트렌드는 클라우드"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기업들은 클라우드를 통해 제품 디자인과 생산, 유통, 마케팅 속도를 놀라울 정도로 높였다"며 "데이터 공유나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을 현저히 낮춰 기업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는 IT 물결 위에 기업들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수많은 널빤지 중의 하나"라며 "델 테크놀로지스가 멀티 클라우드 솔루션을 기반으로 수많은 널빤지를 기업들의 생존 경쟁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취임 1년뒤인 2004년부터 줄곧 한국시장 1위
한때 IBM, HP와 함께 개인용 컴퓨터(PC)의 대명사였던 델은 2016년 세계 1위 데이터 저장장치업체 EMC와 합병 이후 IT 분야의 종합 솔루션 업체로 재도약했다. 주력사업이던 PC와 함께 클라우드, 데이터 보호, 대형 저장장치(스토리지), 네트워크 장치로 꾸준히 사업을 확장했다.
한국 내 사업도 탄탄하다. 컨설팅 기업 IDC가 집계한 2019년 한국 연간 스토리지(외장형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에서 델은 3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 기업과 비교해도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IDC가 한국 시장 집계를 시작한 이후 2004년부터 단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압도적인 시장 우위의 비결로는 2003년 한국 EMC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7년째 외국계 지사장을 맡고 있는 그의 추진력이 꼽힌다.
코로나19 시대와 같은 급변 사태에도 델은 오래 전부터 준비 해온 재택근무 프로그램 덕으로 안정적으로 가동됐다. 김 사장은 "최근 미팅의 90%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델은 이미 2009년부터 직원들 근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커넥티드 워크플레이스(Connected Workplac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며 "직원들이 장소와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든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올해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인사부, IT팀, 환경안전보건시설팀이 TF를 꾸리고 원격 근무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툴과 기술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델은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에 없어서는 안될 사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대부분이 델의 스토리지 시스템을 통해 운용된다.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앱 데이터의 개발과 제조, 유통 등 기반은 델이 담당한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중요한 축을 델이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델의 솔루션처럼 완결된 데이터로 처리되는 안정적인 시스템 위에서는 △업무 유연성이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져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기업의 모든 생산과 판매 활동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는 클라우드 위에서 앱이 구동되면서 많은 일이 속도감 있게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행 창구에서 1~2시간 걸리던 일이 이제는 모바일로 1분이면 할 수 있게 됐다.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효율성"이라고 했다.
"했던 일도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
최장수 외국계 지사장을 맡은 비결로는 '했던 일도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자는 태도'가 바탕이 됐다고 소회했다. 김 사장은 "매년 1월 1일 리셋하고 리프레시했다. 작년까지 했던 것 다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IT 트렌드는 새로운 기술로 넘쳐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달라지는 고객들에 따라 우리의 목표도 매년 바뀐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에 말한 디지털전환과 올해의 디지털전환이 다르다. 매년 새로운 회사에 취임한 것처럼 일했던 게 비결"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업장의 비즈니스 스킬을 키우고, 한국 시장의 역동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본사에서 한국을 관심 갖게 하는 것은 바로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이다. 한국 임직원들의 비즈니스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한국이 굉장히 경쟁적인 시장으로서, 우리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음을 본사에 어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어내며 '업무의 미래'를 내년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대면할 수 없는 시대에서의 회사 운영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모든 기업은 이제 '업이 무엇이냐'를 다시 정의해야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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