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한 몸이 되려면 한국 외에 최소 4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여러 국가 중 한 곳이라도 허가하지 않으면 합병 자체가 수포가 되게 됩니다.
오늘(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례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두 회사의 미국 내 매출액(자산총액) 합이 1억9천800만 달러(2천370억 원·올해 1∼10월 평균 원/달러 환율) 이상이면서 피인수 회사의 미국 매출액이 9천만 달러(1천80억 원)를 초과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올해 1∼3분기 대한항공 여객 매출은 1조7천600억 원입니다. 대한항공은 1분기 여객 매출의 18%, 2분기 26%, 3분기에는 23%를 미주에서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의 미주 매출은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역별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이 회사의 1∼3분기 여객·화물 등 매출이 2조8천920억 원인 만큼 두 회사의 합병은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될 전망입니다.
독점 규제가 깐깐한 EU 집행위원회의 심사도 넘어야 합니다.
EU는 두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이 50억 유로(6조7천470억 원)를 초과하면서 두 회사의 EU 매출액이 각각 2억5천만 유로(3천370억 원)를 넘을 경우 합병심사를 받게 합니다.
두 회사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8조 원이 넘습니다. 두 회사의 여객 및 화물 매출을 고려하면 이번 결합은 EU의 심사대상에도 오르게 됩니다.
EU는 항공사 간 기업결합을 두 차례 불허한 만큼 이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고비가 될 수 있습니다.
EU는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의 통합을 두고 합병 시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며 불승인했습니다. 그리스발(發) 국제노선에는 시장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그리스 국내 노선에서는 독점이 발생,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2007년에도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합병을 불허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경쟁당국의 심사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중국의 경우 두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이 100억 위안(1조7천140억 원)을 초과하면서 중국 내 매출액이 각각 4억 위안(690억 원)을 넘어서는 경우 심사를 받게 합니다.
일본은 인수를 주도하는 회사가 일본 내 200억 엔(2천230억 원)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피인수 회사의 일본 매출도 50억 엔(560억 원)을 넘길 경우 사전독점금지법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올립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일본에서 올린 여객 매출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대한항공은 화물 매출의 25%를 중국에서 올리고 일본 비중도 7% 안팎인 만큼 이들 국가의 심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이밖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해외 경쟁당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됩니다.
한국 공정위가 승인한 인수합병 가운데 해외에서 승인받지 못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EU가 그리스 때처럼 독과점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 기업결합 심사 시일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