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스타필드 안성·부천 단 두 곳에만 입점해 있을 뿐이다. 반면 같은 신세계그룹 내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이마트에만도 40여개 점포 내에서 성업 중이다.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점포를 확장하면서도 노브랜드 버거가 모그룹인 신세계가 운영하는 유통시설 입점은 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독자 생존'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주 고객층인 10~30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학원가, 대학가, 오피스 및 주거 밀집지역 등에 매장을 오픈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SNS를 타고 빠른 입소문을 내는 전략을 택했다"며 "신세계그룹의 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편하게 더빨리 매장 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브랜드 콘셉트 유지가 힘들 수 있어 독립적인 로드숍(가두매장)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브랜드 버거의 '홀로서기'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란 평가다. 지난 30일 노브랜드 버거는 60호점인 부산 화명점을 오픈하며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11월 한 달 동안만 10개 점포를 오픈했다.
수도권을 넘어 부산과 대구 등 전국 주요 대도시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올 연말까지 70호점을 돌파하고, 내년엔 점포수를 17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규 출점 매장들은 인근 지역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은다. 화명점만 해도 정식 오픈 하루전 6시간만 프리오픈을 했지만 1000명 넘는 고객들이 줄지어 방문했다. 햄버거 업계에서 하루 1000명 이상 고객 방문 매장은 특A급 매장으로 분류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매장 인테리어 공사만 시작해도 해당 지역 맘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언제 오픈하냐'는 문의가 빗발친다"고 귀뜸했다.
지난해 8월 첫 매장 홍대점 오픈 이후 이후 지금까지 팔린 노브랜드 버거는 530여만개에 달한다. 대표 메뉴인 'NBB 시그니처 버거'는 전체 판매량의 약 23%를 차지하며 지금까지 120만개 넘게 팔린 히트상품이다.
노브랜드 버거의 이같은 인기 비결은 단연 가성비다. 합리적인 가격에 '꽤 괜찮은' 버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 코로나19 상황에서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테이크 아웃, 배달 등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MZ세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으로 신세계푸드 측은 분석했다. 노브랜드 버거의 가격은 단품 1900~5300원, 세트(햄버거·감자튀김·음료) 3900~6900원으로 타 브랜드 대비 약 20% 낮다. NBB 시그니처 버거는 단품 가격이 3500원으로 타 브랜드의 유사 메뉴인 치즈버거에 비해 1000원 가량 저렴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최고급 수제버거를 만들 역량도 충분하지만 '베스트(best)버거' 보다는 '굿 이너프(good enough·충분히 좋은)버거'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국내 주요 5개 햄버거 브랜드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노브랜드 버거는 패티에 대한 우수한 평가와 가성비가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며 호감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가성비 전략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공동 발주'다. 노브랜드 버거 메뉴 전체에 들어가는 재료만 약 100가지에 달한다. 신세계푸드측은 재료 하나하나를 개별 발주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각 사업부의 식재료 담당자들과 협업, 재료를 공동발주해 식재료 가격부터 낮췄다. 경쟁업체들이 메뉴별로 다른 종류 패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노브랜드 버거는 10여종 메뉴 모두 같은 패티로 통일해 단가를 낮췄다. 또 자체 식자재 공장을 활용해 햄버거 패티는 음성공장에서 직접 만들고, 채소는 이천공장에서 전처리(세척·절단 등)된 것을 받아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줄였다.
가장 중요한 '맛'을 위해 연구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신세계푸드 종합식품연구소인 올반Lab 소속 셰프 20여 명이 3년간 매달려 햄버거의 식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감칠맛을 내기 위한 최적의 식재료와 조리 방법을 연구했다. 2018년에는 신세계푸드가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 케이터링 사업을 맡으면서 노브랜드 버거 맛 테스트도 거쳤다. 당시 한 끼에 노브랜드 버거를 10개 넘게 먹는 선수도 있을 정도였다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보이는 관심도 노브랜드 버거 성장에 힘이 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1월 모델 한현민을 기용해 만든 버거송 CF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노브랜드 버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노브랜드 버거를 신세계푸드를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햄버거 브랜드로 성장시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