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유명한 경제학자 출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틈만 나면 팔면서 나라를 위해 그들이 정립했던 원칙은 쓰레기 취급한다"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국가재정을 여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크게 잘못된 일"이라면서 "DJ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도입해 정치적 의도로 재정이 남용되는 구조를 개혁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지출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게 하면서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곳간지기 완장을 확실하게 채워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이 DJ와 고 노 전 대통령이 세우고자 했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시킬 계획이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리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원했던 이인영 당시 여당 원내대표의 "고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발언도 문제삼았습니다.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국민의 세금을 건 것"이라면서 "재정학 교과서에 기록되고 길이 기억될만한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재난을 수습해야 하는데 선거용으로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겠다며 기획재정부 장관과 난타전을 벌이는 게 정상적인 공당인가?"라고 물으며 "행정부 수반 역시 역사를 배반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여당 원내대표와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벌어지는 지원금 싸움이 언론을 장식하는데도 침묵한다"고 지적하고 "이번 역시 언제나처럼 조금 버티다 못이기는 척 여당의 말을 따르라는 신호를 기재부 장관에게 보내고 계신 겁니까?"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수습 사무관들의 희망부처 지원에서 기획재정부가 미달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더이상 결기도, 위세도 없기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관가 주변의 해석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둑이 무너지면 삽시간에 물바다가 되는데, 혼자서 무너지는 둑을 막다가 죽는 네델란드 소년의 운명을 피하겠다는 두려움이 기재부 손절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정과 관련한 여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국민의 돈으로 국민에게 표를 사겠다며, 둑에 달라붙어 구멍을 파고 있는 이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 2차관은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아 재정과 공공부문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수요가 사회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재정관리의 소명에 대해 다시 한 번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악어 입 그래프'란 지속적인 지출 증가와 세수 감소로 국가채무가 '악어의 입' 모양으로 증가하는 재무구조를 말합니다.
일본은 1977년 32%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9년 220%로 7배 이상 늘었는데, 쉽게 말해 수입은 없고 씀씀이는 커서 빚이 계속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안 차관은 "당면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살림을 지켜야하는 과업을 동시에
일본처럼 되지 않으려면 재정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 홍 경제부총리에 이어 여당이 추진하는 4차 재난지원금 계획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