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화 사치 생활을 즐긴 영앤리치 소유 슈퍼카와 럭셔리카(왼쪽)와 사주 운영 페이퍼컴퍼니 인감도장 [출처=국세청] |
또 걸렸다. 부모를 비롯한 사주일가의 편법증여로 재산을 불리고 '억' 소리 나는 수입차를 몰고 다닌 영앤리치(Young&Rich)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이 국세청 레이더에 잡혔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편법증여와 같은 반칙과 특권을 악용해 재산을 불린 탈세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아빠 찬스나 회사 찬스를 이용해 법인명의 수입차를 몰고 다니다 국세청 레이더에 잡히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에도 법인 명의로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한 뒤 가족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재산가들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슈퍼카 6대를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한 사주도 있었다. 그의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도 업무와 상관없이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비용은 법인이 부담했다.
↑ 국세청 적발 사례 [출처=국세청] |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포르쉐,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벤틀리 4개 브랜드가 지난해 판매한 고성능·럭셔리 수입차는 총 8549대다. 이중 법인명의는 5684대다. 법인 비중은 66%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171대를 판매했다. 이중 157대가 법의명의다. 법인 비중이 91%에 달한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303대를 판매했다. 법인명의는 275대, 법인 비중은 90%다.
지난해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가 국내 판매한 차량 10대 중 9대 이상을 법인이 구입했다는 뜻이다.
벤틀리가 지난해 판매한 296대 중 법인명의는 216대다. 법인 비중은 72%다.
4개 브랜드 중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포르쉐의 경우 7779대 중 5036대를 법인이 샀다. 법인 비중은 64%로 적은 편이지만 법인 구매 대수는 다른 브랜드를 압도한다.
고성능·럭셔리 수입차를 법인명의로 구입한 뒤 '업무용'으로만 쓴다면 위법이 아니다. 개인용도로 쓰는 게 위법이자 탈세다.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법인명의 차량의 경우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한다.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자신의 회사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가족도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차량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회삿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용도로 마음껏 사용해도 처벌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 간간이 국세청 세무조사로 이슈만 됐다가 사라질 뿐이다.
'아빠·회사 찬스' 슈퍼카를 타고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게 분명한 자동차 동호회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기도 한다. 적발을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을 수준이다.
법인차량 꼼수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령을 정비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세청 세무조사 때마다 나오지만 그 때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꼼수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인차량 전용 번호판 색상을 정하는 게 더 낫다는 제안도 등장했다.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주황색이나 녹색으로 정하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법인차량 악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서다. 부당 사용에 대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다르게 정하는 것만으로도 법인차량 악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정부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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