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여러번 표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바이오 기술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미흡한 기술력 수준을 가지고 있기에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연구개발(R&D)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는 '바이오의약품 산업 분석 및 정책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대상으로 국내·외 시장의 동향, 연구개발(R&D) 동향을 분석하고,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을 특허 지수와 전문가 조사 등의 방식으로 판단했다.
연구센터는 "바이오벤처 등 바이오의약품 R&D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비중 및 기술수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국내 바이오의약품 R&D 역량은 개선되고는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특허 기술력으로 국가별 기술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특허 영향력 지수(PII)에서 우리나라는 세포치료제 0.6(4위), 백신 1.3(6위), 유전자치료제 0.4(6위), 항체의약품 0.6(9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평균적인 기술력을 나타내는 기준값이 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을 제외한 나머지 바이오의약품은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기술의 질적 수준 뿐 아니라 양적 수준까지 함께 판단하는 특허 기술력 지수(TS)에서도 우리나라는 세포치료제 4위(16.6), 유전자치료제 6위(5.4), 항체의약품 9위(202.5), 백신 10위(124.5)에 올랐다. 이 분석 방식은 미국에 등록한 특허를 이용한 방법이기에 미국의 지표가 높게 도출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분석 결과는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접한 국가인 일본은 항체의약품 3위(1695.5), 백신 6위(287.5), 세포치료제 2위(354.2) 등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 측은 우리나라도 바이오의약품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자료를 활용해 분석해보니 8개나 되는 부처에서 다수의 과제에 분산된 R&D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분산된 과제에 지원을 하다보니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R&D 투자가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센터 측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1점부터 9점까지로 각 항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조사에서 '바이오의약품과 관련한 정부 R&D 투자 규모의 충분성'에는 평균 4점이 매겨져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자 배분의 적절성 측면에서도 3.8점으로 아쉬운 평가가 내려졌다. 또한 민간 R&D 투자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종합했을 때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기술 선도국 대비 경쟁력이 낮은 원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전략적 R&D 부재, 정부 R&D 투자 부족, 전문 인력 부족 등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R&D 지원을 해야 하며, 전략 분야를 선정해 해당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포함해 5가지의 필요사항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론 ▲바이오의약품 분야 정부 R&D 확대 및 전략분야별 중점 투자 ▲민간 바이오의약품 R&D 투자 활성화 지원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R&D 생태계 구축 ▲바이오의약품 R&D 거버넌스 체계 정립 및 중장기 계획 수립 ▲R&D 가치사슬별 전문인력 양성 필요 등이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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