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영을 앞둔 지난 13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는 그런 보경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위로하고 있는 김민서를 만났다. 촬영은 모두 끝냈지만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은 탓일까. 김민서는 ’해를 품은 달’ 중전의 심정을 그대로 간직한 듯 했다.
15일 ’해를 품은 달’ 최종회분에서 보경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 서러움이 많아서였을까.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숨을 거둔 보경의 마지막 길은 훤이 위로했다. 훤의 손길에 보경은 비로소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보경의 자결씬은 당초 잡혀있던 촬영 스케줄이 6일이나 미뤄져 뒤늦게 진행됐다. 촬영 당시의 소회를 묻자 김민서는 "죽는 날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죽으러 걸어가는 길이 정말 슬펐어요. 죽는 장면을 찍는다는 생각보단 그냥, 훤을 보러 간다는 마음이었죠. 다 끝내고 전하를 만나서 이제 행복할 수 있어. 그런 생각. 내 인생을 흔든 두 남자가 서로를 위협하고 처단하려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나를 여기까지 내몰았는데, 빨리 이 상황을 종료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김민서가 종료하고 싶던 보경의 상황은 처절했다. 8년 전 첫사랑으로 시작된 왕 남편 훤(김수현 분)과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훤은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간 세자빈 연우(한가인 분)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중전인 보경을 닭 보듯 했고, 그와중에도 보경은 왕실과 가문의 체통을 위해 일탈 한 번 하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보경으로 사는 동안 홧병이 나도 아주 단단히 났겠다 싶어 운을 띄우자 하소연이 이어졌다. 물론 보경 입장에 선 김민서이기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사랑해서, 사랑 받고 싶어서 오랜 시간동안 해바라기로 살아왔죠. 그래도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그런 일을 겪으면 화 나죠. 보경이 ’내가 가만 있으니까 가마니로 알아?’라고 하는 장면도 그렇고요."
김민서는 "피드백이 전혀 없으니 하다하다 터져나온 얘기"라고 갈무리하며 "보경은 그냥 보통의 여자"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예쁜 척도 하고 착한 척도 하는 건데 그게 죄가 될까요. 그런데도 훤은 ’당신의 위선이 싫소’라고 말하죠."
훤이 들였다는 액받이무녀가 연우와 닮지 않은 것을 알게된 순간. 보경의 옷을 입은 김민서는 "훤이 그렇게 미워보이더라"며 "가서 꿀밤을 확 때려주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방송 모니터링을 함께 하면서 ’입으로’ 능청스럽게 보경에게 측은지심을 내비친 김수현도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물론, 김수현은 김민서의 둘째 가라면 서러울 든든한 파트너이자 동료였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연기자에게서 힘을 많이 얻는 편"이라는 김민서는 "서로 액션을 맞춰보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대체로 감정을 다스리는 편이었던 보경이었기에, 김민서로서도 이를 세밀하게 표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일에 대해 "어려웠다"는 그녀지만, 중전의 내밀한 감정도,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정신없이 찍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민서의 눈빛에선 언뜻 보경의 쓸쓸한 심경이 여전히 엿보였다.
마지막으로 보경에게 한 마디 부탁하자 김민서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연다. "보경아,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나도 아팠어. 그곳에선 행복하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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