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매니지먼트사 가운데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40)은 노래나 음악을 말할 때 언제나 자신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 말할 때는 조금은 달라 보였다. 긴장한 듯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화 ‘오백만불의 사나이’(감독 김익로)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박진영을 만났다. 그는 “아무래도 노래와는 달리 연기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어서 설레고 들떠 보이는 것 같다”고 웃었다.
“무대에 설 때 한 번도 떨린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편했죠. 어머니가 그러는데 제가 어렸을 때 무대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부담이고, 떨리네요. 남의 돈도 들어가는 영화고, 수십 명의 스태프가 손해 혹은 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 좀 긴장이 되긴 하나 봐요.”
‘오백만불의 사나이’는 로비 자금 500만 달러를 빼돌리려는 한 상무(조성하)의 음모를 알게 된 대기업 부장 최영인(박진영)의 생존 코믹 추격극이다.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추노’를 쓴 천성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박진영은 조성하와 함께 50대 50의 비율로 극을 이끌어 갔다. 그는 “‘드림하이’ 때와는 다르게, 분량이 많으니깐 재밌었다”면서도 “노래를 만들 때와 비교해 보면 내 진심과 감정을 담는 시간이 4분에서 100분으로 늘게 된 것과 같으니 무척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박진영은 또 “순서대로 찍지 않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 한 번 해보니 어떻게 조합이 되는지 알겠더라”며 “한 3개 작품을 더 할 때 쯤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줄 것 같다”고 했다. 그럼 2개 작품 만 더 하면 배용준과 호흡을 맞출 연기력이 될 수 있는 것이냐고 하니 “한 작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요?”라며 웃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러브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빠른 전개 탓에 멜로가 낄 틈이 없었다. 다음에 작품을 또 하게 된다면 “베드신은 부담이 되지만 키스신을 하고 싶다”고 한 그는 “제작사 쪽에서는 저를 반대 하겠지만 상대 역할로 이영애·문채원씨가 좋다”고 바랐다.
박진영은 가수 비(정지훈)를 연예계에서 데뷔시키고, 연기도 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할리우드 데뷔도 한 비는 청출어람이다. 제자 비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아직 영화는 못 봤는데 제가 ‘SNL코리아2’에 출연한 것을 보고 전화가 왔어요. 거품을 물고 ‘정말 최고의 대박 연기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섬세하고 완벽할 것만 같은 그는 ‘SNL코리아2’에서의 모습이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했다. 거짓 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박진영 자체란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습 그 자체에서 가감이 없다고 강조한 그는 “JYP 소속 아티스트들 모두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JYP는 일반 사람하고 연예인의 차이를 두지 않아요. 여러분들이 아는 수지가 수지 본연의 모습이고, 닉쿤 역시 그 모습 그대로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같이 있는 친구들이 모두 마음씨가 예뻐요. 그런 예쁜 애들하고만 저는 작업해요. 재능이 있어도 마음이 예쁘지 않으면 저도 재미가 없어서 같이 일을 못하겠더라고요.”
자신의 꿈을 찾아 열심히 노력했고, 그 꿈을 전부 이뤄가는 것 같다고 하니 “가수나 배우가 되는 꿈은 없었다”는 말이 돌아왔다. “가르치는 걸 좋아해 선생님이 될 것 같았다”는 그.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몰랐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돼 온 건 정말 재수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했다. 목표는 계속해서 생겼다. 후배 가수들을 국내 정상으로 올려놓았고, 2005년 윌 스미스의 ‘아이 위시 아이 메이드 댓’(I Wish I Made That)을 작곡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도 이뤄내며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중이다.
현재 JYP의 미국법인인 JYP USA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내년부터 경영에서는 모두 물러날 예정이다. 오로지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만 몰두하길 원한다. 영화나 드라마 기획, 작사와 작곡, 앨범 프로듀싱이 그가 몰입하고 싶은 부분이다. JYP는 최근 키이스트에서 영입한 표종록 변호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드라마와 제작, 예능 프로그램 진출에 적극적이다.
10원 하나도 주식투자에 쏟지 않았다는 그는 모든 수익을 다시 투자한다. 최고급 차를 사지도 않았고, 손목시계는 하나도 없다. TV에 나왔던 화려한 집은 JYP 소속 안무가와 함께 사는 전세다.
“수익 그대로를 투자하죠. 저는 인생의 행복이 돈과 명예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즐겁고 재밌는 일을 계속해서 할 것이고, 나중에도 JYP에서 나오는 모든 콘텐츠는 일반적인 것들은 없을 거예요.”(웃음)
이혼의 아픔이 있지만 아직까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그는 “첫눈에 반하고,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은 사랑을 믿는다”며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이나 ‘세런디피티’(2002)를 예로 들었다. 첫눈에 만나 사랑에 빠지는 연인을 생각해보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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