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웃음 짓는 건 아무래도 CJ엔터테인먼트다. 경쟁업체인 롯데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첫사랑’이라는 소재로 이슈몰이를, 쇼박스는 ‘도둑들’로 1000만 돌파라는 ‘대박’을, 뉴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로 이슈몰이와 흥행을 고루 가져간 것과 달리 CJ는 최근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간 맘고생(?)이 심했던 CJ는 ‘광해’ 한 편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현재까지 730억여원이라는 입장권 수입에 CJ가 얻는 수익은 100억여원 정도다. 투자 대비 3배 이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7광구’와 ‘마이웨이’,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등 많은 돈이 투입된 영화들이 족족 실패했던 CJ는 ‘광해’로 무리한 1000만 만들기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관객이 원한 영화를 투자배급한 회사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주연배우 이병헌도 웃지 않을 수 없다. 이병헌은 국내 톱스타 가운데 한 명. 하지만 영화 흥행에는 목마른 배우였다. 드라마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경험도 있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에서 선전한 바 있으나 ‘1000만 배우’ 타이틀은 없었다.
이병헌은 최근 출연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 등에서 활약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등 변화에 나섰다. ‘지아이조’로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돼 ‘지아이조2’도 촬영했고, ‘레드2’도 촬영 중이다. 하지만 국내 작품으로는 관객에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는데 그 여운을 ‘광해’를 통해 씻게 됐다.
특히 광해는 이병헌의 연기가 빛이 나는 영화라는 평가다. 관객들은 각종 게시판과 SNS 등에 이병헌의 연기력이 최고라고 칭찬하고 있다. 안티팬들도 “역시 연기자는 연기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로 추어올리고 있다. 류승룡, 심은경, 장광, 한효주, 김인권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힘을 실었지만 ‘광해’는 철저히 이병헌을 위한, 이병헌에 의해 빛을 본 영화다. 이병헌은 기본 출연료 6억원 외에 러닝 개런티 등을 포함해 10억원 이상을 챙기게 됐다.
추창민 감독도 인정을 받았다. 그간 추 감독은 영화 ‘마파도’,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관객에 소개했으나 흔히 말하는 ‘대박’ 감독은 아니었다. 본인도 기복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광해’를 통해 제대로 흥행 감독이 됐다.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도 오랜만에 대박을 쳤다. 2006년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김아중이라는 배우와 김용화 감독을 제대로 지원해주고 띄워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원동연 대표가 삼고초려로 이병헌을 설득했으니 공이 크다.
이 영화를 맡고 있는 홍보사도 주목받고 있다. 퍼스트룩은 이미 ‘도둑들’로 1000만 기록 달성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2달도 되지 않아 다시 또 1000만 관객을 이끌어낸 홍보마케팅사가 됐다.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고 같이 일하자는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흥행이 잘 되면 보너스를 받기도 하는데 퍼스트룩에게 두둑한 보너스도 예상된다.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 등 주역들도 별도의 이익을 챙기게 됐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지도자에 목마른 대중은 왕을 꿈꾼 하선 캐릭터에 그들의 기대와 의지를 녹였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대중이 원하는 대통령상이 무엇인가를 1000만 관객이라는 숫자로 드러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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