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와 그의 옆에서 또 다른 중심축 역할을 했던 본드 걸이 몇 차례 바뀌긴 했지만, 본드가 적을 상대하는 이야기는 관객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분명하다.
23번째 시리즈 ‘007 스카이폴’도 관객의 호기심을 쏠리게 만든다. 영화는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위태로워지면서 시작된다. 터키 이스탄불. 본드와 팀 동료 이브(나오미 해리스)는 MI6 요원의 신상 정보가 든 파일을 훔쳐 달아나는 적을 쫓지만 실패하고 만다.
본드의 임무 실패로 각 테러단체에 잠입해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은 살해당하고, 적을 쫓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본드는 상관 M(주니 덴치)의 과거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그는 거대한 적의 공격으로부터 붕괴 위기에 처한 조직 MI6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스카이폴’은 초반부터 액션에 힘을 실었다. 추격전과 격투신, 마구 쏘아대는 총알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스탄불 주택가 지붕 위를 오토바이를 타고 누비며 펼지는 액션과 추격은 초반 관심을 제대로 이끄는 장면이다.
그동안 열정적이고 힘이 넘친 본드는 관객을 충성도 높은 마니아로 만들었으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나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이 등장하며 주도권을 넘겨줬다. 이번에도 자칫 007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을 실망시키게 할 뻔했으나, 영화는 전통적인 면과 새로운 면을 합해 강점을 부각시켰다.
1964년작 ‘007 골드핑거’와 1965년작 ‘007 썬더볼 작전’에 등장했던 본드카 ‘애스턴 마틴 DB5’가 등장, 클래식한 느낌으로 향수를 자극한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 돌아온 본드는 ‘노땅’ 취급을 받지만 역대 본드 중 가장 뛰어난 액션감을 자랑하는 크레이그가 맡은 본드는 재기에 성공, 본인의 매력을 뿜어댄다.
‘스카이폴’은 아카데미상 주요 5개 부문을 휩쓸었던 ‘아메리칸 뷰티’를 만든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했다. 영국 가수 아델이 부른 주제곡 ‘스카이폴’이 흐르는 오프닝 크레디트는 50주년을 기념하는 덤. 웅장하고 화려하다. 143분. 15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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