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간대 경쟁 드라마를 차례로 쓰러뜨림은 물론, 국민 예능 KBS 2TV ‘개그콘서트’까지 꺾는 아성을 보이며 최고 시청률 26.4%를 기록한, 그야말로 인기 주말극으로 자리매김을 톡톡히 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 속에서도 많은 시청자들은 사랑을 버리고 열혈 복수를 택한 박창희(재희 분)에 주목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평생 짐승만도 못하게 취급하던 장도현(이덕화 분)에 대한 복수심에 불탄 그의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비열해보였다. 오랜 사랑 천해주(한지혜 분)를 버리고 장도현의 수복이 되는 과정에선 실망스러움도 컸지만, 애처로움도 많았다.
최근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재희는 멋쩍어하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는데, ‘나중엔 착해지지?’라고 물어보시며 창희에 대해 불쌍해하셨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작품으로 모처럼만에 시청률 단 맛을 본 기쁨이 엿보였다. ‘메이퀸’ 시청률 비결을 묻자 그는 선, 후배 동료들간의 남달랐던 팀워크를 꼽았다.
“선배들이 이렇게 받쳐주시는 작품이 흔치 않아요. 정말 똑같이 밤새워가며 연기했죠. 그럼에도 지친 내색을 한 번도 안 하셨고, 오히려 현장 분위기를 띄워주셨습니다. 특히 이덕화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셨죠.”
“물론 자극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최대한 공감하며 연기했어요. 창희의 본 바탕이 악당이었다면 자기가 검찰일 때 이미 어떻게 했겠죠. 아버지의 죄를 밝히고 복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답답함도 느꼈지만, 그건 재희로서의 생각이었죠. 창희는 주위 사람을 너무나 아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복수를 진행했어요. 쓰레기 취급, 악당 취급을 당하면서도 마지막 복수를 위해 달려간 것이 창희의 매력이라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창희를 더 불쌍하게 생각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창희의 복수극과 더불어 해주(한지혜 분)의 출생의 비밀이 베일을 벗으며 극 후반부 ‘메이퀸’은 막장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재희는 “원성 높여 얘기하는 사람들은 100명 중 10명 정도인 것 같다”며 “찍으면서 납득이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해주가 장도현의 딸이라는 설정도 초반부터 이미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9회부터 성인 주역들이 본격 등장하기에 앞서 극 초반을 책임져 준 아역들의 호연도 연기하는 데 적잖이 자극이 됐다 했다. “아역들이 너무 잘 해줘서 부담이 많이 됐어요. ‘메이퀸’의 경우, 아역 분량이 길었고, 스토리만이 아닌 인물의 성격까지 보여줬기 때문에 건태(어린 창희 역)가 연기하는 걸 계속 모니터 했죠. 그 모습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친구의 슬픔과 분노를 유심히 봤습니다.”
보이지 않는 재희의 노력은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투영됐고, 결국 그는 2012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메이퀸’을 통해 연기의 진짜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재희에게, ‘메이퀸’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터다.
차기작은 아직이지만 연기의 참맛을 다시 느끼게 된 만큼 “나를 공부하게, 채찍질하게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메이퀸’ 중반부 쯤 깜짝 결혼 소식을 전한만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만만하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재희는 “내가 배우로서 잘 해야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거니까 더 잘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내가 가진 배우로서의 가치관이 변했다거나 그런 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스스로 “어쩌다 보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아 온” 천상 배우다운 답변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