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CEO’들의 스토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송 활동이 평생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연예 활동과 사업을 병행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누가 어떤 사업을 해 성공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일반인, 연예인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두 마리 토끼잡이에 성공하는 케이스는 그리 흔치 않다. 특히 미혼의 여자 스타들의 경우,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씁쓸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처음 손 댄 분야는 의류 사업이었다. 김지현은 권리금 8000만 원에 2000만 원 어치 옷을 사 총 1억 원을 들여 이대 앞에서 옷가게를 시작했으나 1년 만에 타인에게 헐값에 넘겼다. 소방도로가 생긴다는 것을 모르고 옷가게를 넘겨받았던 것. 사업 실패 원인은 바로 ‘정보 부족’이었다.
이후 시도한 장사는 바로 와인 바. 김지현은 “인건비도 아끼려 직접 고기도 구웠”지만 청담동의 비싼 월세 때문에 결국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김지현은 세 번의 사업 실패로 매달 6000만 원 꼴로 손해를 보게 됐다.
핑클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미스코리아 출신 최윤영은 나란히 요가 사업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를 맛봤다. 요가 비디오와 책으로 화제를 모은 옥주현의 경우, 2005년 서울 압구정동 요지에 요가센터를 오픈하고 이후 분점을 내는 등 승승장구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옥주현은 요가 사업 실패에 대해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동업자와 마찰이 생기고 얼떨결에 홀로 사업을 떠맡게 됐다”는 옥주현은 “한 달 임대료가 1900만 원이었고 고정비용이 약 3700만 원이 든다. 결국 요가비디오로 번 돈을 다 쓰고 빚까지 졌다”며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최윤영 역시 2007년 요가사업을 시작, 3곳의 직영점과 17곳의 프렌차이즈를 거느리기도 했으나 사업이 기울며 생활고까지 빠졌다. 급기야 최윤영은 지난해 여름, 지인의 지갑을 훔친 사실이 드러나며 절도 죄목까지 갖게 됐다.
이밖에 탤런트 최정윤은 지인의 권유로 2008년 웨딩사업체(‘C’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손을 뗐다. 현재 연기자로서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최정윤은 “앞으로도 사업보다는 본업인 연기에만 충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결혼도 했고, 사업도 정리했지만 ‘연예인 패션 사업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코코 출신 배우 이혜영이다. 2002년 이혜영이 런칭한 ‘미싱도로시’는 홈쇼핑 바람을 타고 100억대 매출을 기록한 전설의 브랜드로, 이혜영은 8년 동안 열정을 쏟아 부었다. 2011년, 사업에서 손을 떼며 10억 원 상당의 지분을 기부하기로 결정,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룹 잼, 코코를 거쳐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윤현숙 또한 미국에서 패션 사업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윤현숙은 유학을 위해 떠난 미국에서 가방 사업으로 대히트를 친 데 이어 지금은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치 사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린 여자 스타들도 눈에 띈다. 지금은 ‘엄마’의 이름을 가진 미시 방송인 홍진경(‘더김치’)을 비롯해 ‘트로트 여왕’ 장윤정(‘김치올레’)은 연예계 김치 ‘여풍’의 대표적인 인물. 최근 ‘종말이’ 곽진영은 어머니와 함께 갓김치 사업체(‘종말이김치’)를 운영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 특히 미혼의 그녀들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후를 위한 실질적인 대비를 위함이라기 보다는 현재 활동에서의 전문적인 영역을 확보하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방송 활동에서의 활로가 불투명할 때 과감하게 사업에 에너지를 쏟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은 뒤, 다시 방송을 통해 홍보를 하는 등의 순환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특히 다수의 남자 연예인들 요식업 사업을 시도하는 것과 달리, 의류나 액세서리 등 프로페셔널이 돋보이는 분야에서의 성공 케이스가 많은 것 또한 미혼 여성 연예인 사업가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 사업 시도 케이스도 적고, 그만큼 성공 확률 또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사업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흔히 ‘파리가 꼬인다’는 표현도 있듯이 연예인의 이름값에 기대어 이런저런 사업을 주위에서 부추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남녀를 막론하고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주위의 말에 현혹돼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신의 주관과 확신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