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환, 전지전능 한 공장장
▶ 드림팩토리에 대해서 알고 가자
이승환이 우리기획(현 드림팩토리의 전신)을 설립한 것은 1989년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획사 오디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은 이승환이 직접 회사를 차린 것이 우리기획의 시작이다. 신인 가수가 직접 앨범을 제작해 데뷔 한다는 것은 당시로서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다. 더 클래식을 비롯해 현재는 히치하이커라는 이름의 프로듀서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지누, 원모어찬스로 활동 중인 정지찬, 이소은이 드림팩토리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윤상과 유희열도 한 때 드림팩토리 소속이었다. 박신혜와 김정화, 작곡가 황성제도 드림팩토리를 통해 데뷔했다.
제작과 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그의 주요 관심사인 공연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드림 팩토리 뮤직 스쿨을 오픈하기도 했다. 현재 공연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력 중 과반수 이상이 이 학원 출신이다. 한동안 소속 아티스트의 계약을 모두 조건 없이 해지해주고 매니지먼트 사업을 정리했던 이승환은 최근 MYK라는 실력파 뮤지션을 영입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 공장장의 경영 스타일은?
앞서 열거된 소속 가수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배우들을 제외하면 이승환의 아티스트 영입 기본 원칙은 ‘음악 잘하는 사람 나랑 같이하자’다. 드림팩토리에서 12년간 몸 담았던 A씨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CEO”라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에도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A씨에 따르면 “특정한 업무지시에 있어서 실무자의 경험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스타일”이라며 “앨범이 한 장 나오면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모니터링을 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승환은 업무 추진과정에서 세부적인 사안을 매우 꼼꼼하게 체크하는 성격의 CEO다. 이 관계자는 “모든 세부 사안들과 앞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들 까지 꿰뚫고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라며 “누구보다도 풍부한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더 긴장하고 일을 진행할 수 밖에 없게 한다”고 말했다.
▶ 노동 환경 및 직원 마인드
드림팩토리의 업무 환경은 비교적 탄력적인 편에 속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있지만 특별히 이를 통제 하는 사람은 없는 자율적인 분위기다. 직장 내 가장 큰 스트레스로 항상 손꼽히는 ‘회식’의 경우도 술 보다는 이승환과 함께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더 일반적인 일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직원들의 마인드다. A씨는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이승환씨의 공연 초대권으로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이 회사 갈까? : 근무환경이나 회사 전체의 분위기 모두 최상급이다. 특히 공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배울 것도 많은 회사. 물론 날 뽑고 말고 하는 건 공장장의 선택이다.
○ 서태지, 직원들도 궁금한 서회장
▶ 서태지 컴퍼니에 대해서 알고가자
서태지는 ‘난 알아요’로 데뷔한 1992년 데뷔 4개월 만에 요요기획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매니저와 스태프들을 자신이 직접 고용하는 형태의 회사를 운영했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와 함께 요요기획은 사라졌다. 서태지는 본격적인 솔로활동과 함께 2001년 서태지 컴퍼니를 설립했다. 서태지도 회사 설립 초반에는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의 영입에 주력했다. 당시 인디괴수진이라는 산하 레이블을 만들어 넬과 피아, 코어매거진, 디아블로를 영입했으며 이들 중 넬과 피아는 서태지컴퍼니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 서회장 경영 스타일의 특징과 근무 환경
서태지 컴퍼니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서태지의 기본적인 경영 방식에 대해 “합리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1번 안이 제시하면 실무진들이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고 문제점을 검토 보안한 후 1-1번 안을 진행 하던가 2번 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라며 “합리적이라면 반대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짧은 활동기와 긴 휴지기를 반복하는 작업 스타일과 휴지기에는 해외 체류가 일반적인 서태지에게 직원과 의사소통 수단은 대체로 이메일이다. 구두가 아닌 이메일을 통해 업무 지시 등이 전달되는 까닭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정확한 일처리가 가능 하지만 이메일 확인 등의 시간이 소요돼 최종 결정 등이 더뎌질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서태지 컴퍼니는 활동기와 비활동기에 외향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비활동기에는 DVD 발매나 저작권관련 업무의 최소 인력만 운영되며 활동기에는 방송 및 수행 매니저를 비롯해 앨범제작과 공연 등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해 운영되고 있다. 활동기에는 하루 2~3시간을 쉬기 힘들 만큼 24시간 풀로 움직이지만 비활동기에는 정시출근 정시퇴근이다.
▶ 서컴의 존재 이유와 직원의 마인드
직원들이 이 같은 서태지의 회사 경영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서태지 컴퍼니의 존재 목적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서태지 컴퍼니 관계자 B씨는 “서태지씨는 자신의 음악을 팬들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선물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 주느냐도 중요하다. 그 것이 서컴의 역할이고, 서컴 직원은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태지의 사생활은 회사 직원들도 궁금한 상황이다. 회사 내 간부급 직원 조차 서태지의 휴대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최근 화제가 됐던 평창동의 주택신축 등의 개인적인 용무는 회사를 통하지 않고 부모님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회사에서도 그의 사생활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알아도 외부에 절대 발설해서는 안되는 점도 있다. 서태지는 직원들과 회식이 거의 없다. 공연이 끝난 뒤 뒷풀이 자리에 참석하긴 하지만 술은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 이 회사 갈까? : 이 시대 가장 창조적인 아티스트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기회다. 1년 바짝 일하고 4년을 내리 쉬엄쉬엄 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하지만 팬심으로 접근하면 대실망.
○신해철, 거침없는 추진력의 마왕
▶ 싸이렌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회사?
이승환, 서태지에 비해 신해철의 소속사 설립은 다소 늦다. 대영AV 등 대형기획사 소속으로 활동하던 신해철이 처음 설립한 회사는 1997년 빅뱅뮤직이다. 2004년까지 지속돼 오던 빅뱅뮤직은 2004년 신해철이 박노해 시인 헌정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6개월 간 해당 앨범 작업에 몰두하던 도중 문을 닫았다. 이듬해인 2005년 신해철은 SBSi와 공동출자 방식으로 싸이렌엔터테인먼트를 오픈한다. 이 회사는 싸이렌 음악원으로 명맥을 유지하다 2011년 말 최종 폐업한 상태다.
▶ 마왕의 회사설립 목적과 업무 스타일
신해철은 싸이렌엔터테인먼트는 설립 이후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대거 영입에 나섰다. 애초 대기업과 손잡고 회사를 설립한 것은 실력 있는 밴드를 양지로 끌어 올리겠다는 신해철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회사 설립 직후 신해철은 스키조, 피터팬컴플렉스, 미스터펑키, 마이크로키드, 뷰티풀 데이즈, 윈터그린, 등 실력파 뮤지션들을 대거 영입했다. 또 홍대에 전문공연장 고스트 씨어터(현 V-홀)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스타일은 경영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싸이렌 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했던 C씨는 “종종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가 많다. 그 아이디어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확실한 신념 서는 경우면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고 설명했다. 회사 운영 자체는 비교적 체계적이고 기업화 된 시스템 속에서 이뤄졌다. 이는 싸이렌 엔터테인먼트의 태생 자체가 대기업의 자본출자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해철의 경우 회사 유지를 위해 자신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쳤다. 싸이렌 운영당시 ‘고스트스테이션’ 등 라디오를 비롯해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대국민고충처리반’ ‘안티vs스타’ ‘데미지’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MC 등으로 고정 출연했다. 소속사 대표의 활동이 어떤 소속 아티스트에 비해 활발하고 신해철 개인의 음악 작업도 병행되다 보니 업무 결정 등이 다소 더디게 진행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방송 활동을 이용해서 소속 뮤지션들의 입지를 넓힐 방법들을 꾸준히 고민했다”며 “회사 직원들에게는 이를 활용한 2차 콘텐츠 개발 요구가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 마왕의 성격과 근무환경
사무실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직원들과 매우 친근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매우 유머러스한 사람이라 직원들과 함께 있을 때는 늘 유쾌한 분위기였다. 특히 여자 직원들에게 매우 친절했다”며 웃었다. 소속 뮤지션 중 대부분이 밴드인 까닭에 회식은 대게 공연 뒤풀이 장소에서 이뤄졌다. 회식이 잦을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이 회사 갈까? : 아티스트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무시 못할 매력이다. 하지만 못 간다. 이미 문닫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