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의 스케줄은 살인적이었다. ‘분노의 윤리학’ 촬영이 끝나는 날 바로 ‘나의 파파로티’ 촬영에 들어갔다. ‘나의 파파로티’ 촬영이 끝난 다음 날 딱 하루만 온전히 휴식을 취했고, 바로 충남 논산훈련소로 갔다.
소속사가 배우를 너무 혹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들렸다. 특히 ‘분노의 윤리학’은 그의 소속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뛰어든 작품이라 철저한 배우 소비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훈의 연기를 향한 욕심이 더 크게 작용했다. 배우 조진웅은 2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제훈은 연기 욕심이 많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제훈과 같은 소속사인 그는 “우리 소속사 배우들은 누가 시킨다고, 작품을 해야 한다고 떠밀어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한다.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배우들이 많다”며 “시나리오가 무척 좋은데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거절한다”고 웃으며 시나리오를 찢는 시늉을 했다.
입대 전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 큰 흥행 성적을 내지 못했다. ‘가디언즈’는 간신히 100만 명을 넘겼고, 지난 21일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인 ‘분노의 윤리학’은 19만여 명이 봤을 뿐이다. 그보다 앞선 ‘점쟁이들’도 관객 95만여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입대를 발표한 즈음부터 대박 작품이 없다. SBS 드라마 ‘패션왕’도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 성적을 기록했다.
아직 제대로 된 관객의 평가가 나오기 전이긴 하지만 ‘나의 파파로티’는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조진웅은 “이제훈은 후배지만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이번 영화에서 특히 눈빛이 최고였다”고 칭찬했다.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진웅의 연기 칭찬이 이해가 갈 만하다. 극 중 조직에 몸담고 있는 고등학생이지만 성악을 꿈꾸는 인물을 잘 표현했다. 대선배 한석규에 비교해 밀리지 않고, 죽이 잘 맞는다.
조진웅은 “제훈이가 스케줄이 많으니 촬영할 때 배려를 많이 해줬다”며 “철저하게 이제훈에게 맞춰 줬는데 연기를 못 했으면 정말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정말 잘 해줬다”고 추어올렸다.
‘나의 파파로티’는 이제훈을 비롯해, 배우 한석규와 오달수, 조진웅 등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작품이다. 한때 촉망 받는 성악가였으나 지금은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지방 예술고등학교의 음악 교사 상진(한석규)과 비록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파바로티를 꿈꾸는 성악 천재 고등학생 장호(이제훈)의 이야기를 그렸다. 3월14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