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많은 선배님들이 장옥정(장희빈) 역할을 하셨잖아요. 제가 9대 장옥정 역할을 맡았는데, 선배님들이 했던 역할과 같은 모습이었다면 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난 11일 일산 SBS 제작센터.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태희가 밝힌 9대 ‘장옥정’에 도전하게 된 이유다. 그녀가 ‘장옥정’ 역할에 도전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그동안 나왔던 ‘장옥정’과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중에게 묘사된 ‘장옥정’과 김태희가 오는 4월부터 연기하게 될 ‘장옥정’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처음 장옥정 캐릭터가 대중에게 소개된 것은 1961년 정창화 감독의 영화 ‘장희빈’이다. 당시 최고의 미인 김지미가 맡은 ‘장희빈’은 역사에 기록된 희대의 악녀 그 자체다. ‘장옥정’에 대한 재해석 없이 역사에 기록된 요부와 악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후에도 장옥정의 새로운 모습보다는 역사에 기록된 악녀 모습이 대중에게 소개됐다. 거장 임권택 감독 역시 ‘요화 장희빈’을 통해 2대 장희빈을 등장시켰지만,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3대 장희빈 윤여정과 7대 장희빈 김혜수 또한 새로운 모습의 ‘장옥정’ 보다는 표독스럽고 악한 장희빈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후에는 ‘인간’ 장옥정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인간’ 장옥정의 모습이 처음 대중에게 소개된 것은 4대 장옥정이다. 1982년 MBC ‘여인열전 장희빈’에서 배우 이미숙은 새로운 모습의 장옥정을 보여줬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옥정의 매력을 부각시켜 ‘팜므파탈’ 장희빈을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 장옥정 모습이 소개되기 시작하자, 그것은 곧 대세가 됐다. 시청자들 역시 ‘악녀’ 장옥정 보다 ‘인간’ 장옥정의 모습을 궁금해 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등장한 것이 5대 장희빈이다. 전인화가 MBC ‘조선왕조 500년 인현왕후’를 통해 연기한 5대 장희빈은 앙칼지면서도 청순한 ‘인간’ 장옥정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6대 장희빈과 8대 장희빈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됐다. 특히 배우 이소연이 MBC ‘동이’를 통해 연기한 장희빈은 인간적 고뇌와 내면을 드러내며, 마지막까지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 벌써 9번째, ‘장옥정’ 이번에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면 9대 ‘장옥정’은 ‘악녀’, ‘인간’ 장옥정과는 어떻게 다른 모습일까. 일각에서는 하나의 캐릭터를 너무 오랫동안 등장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 관계자에 따르면 9대 ‘장옥정’은 단 한 번도 브라운관에 소개된 적이 없는 캐릭터다. 그동안 묘사된 장옥정은 그녀 혼자만의 독주곡이었다면, 9대 ‘장옥정’은 숙종과의 섬세한 로맨스와 여인으로서 품을 수 있는 꿈과 사랑을 담아냈다.
김태희가 밝힌 9대 ‘장옥정’ 모습 또한 기존의 ‘장옥정’과는 달랐다. 김태희는 그동안의 ‘장옥정’이 악랄하거나 개인의 슬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그동안 나왔던 ‘장옥정’은 타고난 신분 때문에 세상과 사람에게 좌절해 악독해졌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로 인해 더 강해지고 야성미가 있는 여자에요. 또 장옥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해 조선패션 디자이너로 새롭게 해석되는 것도 9대 ‘장옥정’만의 매력이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