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기획사들이 아이돌 가수들의 제작에서 하나둘씩 손을 떼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어림잡아 50팀가량. 하지만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소위 ‘혜성’을 꼽기는 어렵다. 지난 해 가온차트 결산에서 100위 안에 포함된 신인 가수는 에일리, 주니엘, 버스커버스커, 이하이, 로이킴-정준영(먼지가 되어), 울랄라세션 뿐이다. 에일리, 주니엘을 제외하면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100위 안에 신인 아이돌 그룹은 단 한 팀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가온차트 2013년 1월 종합차트에 신인 아이돌 그룹은 스피드가 70위, 글램이 84위, 빅스가 87위, 보이프랜드가 89위에 그쳤다. 2월은 더 심각해서 뉴이스트 한 팀만 87위에 머물렀다. 소녀시대, 씨엔블루, 씨스타19, 인피니트H, 샤이니 등 올해 차트 상위권에 위치한 아이돌 그룹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두 데뷔 4년차 이상이다. 신인은 말 그대로 전멸한 셈이다.
한 가요 제작자는 “신인 그룹을 데뷔시킬 마음도, 올해는 연습생을 새로 뽑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고,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2년가량 연습시킨 팀이 하나 있다. 이들의 데뷔 준비 외에는 새로운 팀 계획은 없다. 연습생 지원자들도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털어놨다.
전체 가수 지망생들이 줄어든 것은 분명 아니다. 단 이들이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과 대형 기획사로 집중되고 있는 추세인 것. Mnet ‘슈퍼스타K’를 비롯해 SBS ‘K팝스타’나 MBC ‘위대한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며 가수 지망생들이 대거 방송사로 몰렸다. ‘슈퍼스타K’의 경우 지난해 지원자 숫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
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들에 가수 지망생들의 쏠림 현상도 있다. 이들 대형기획사는 전국과 해외까지 대대적인 오디션을 진행 중이고 대부분 성황을 이룬다. 빅3를 바짝 뒤쫓고 있는 큐브엔터테인먼트만 해도 올해 초 진행한 전국규모 오디션에 10만명가량의 지원자가 몰렸다.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큐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이돌들이 다소 위축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돌 시장은 기본적으로 일정 퍼센테이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쟁력이 강한 아이돌 그룹만 국내 시장에서 데뷔하고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제작자는 “각 회사마다 신인을 데뷔시키기 보다 이미 데뷔한 팀을 유닛이나 솔로 등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2년 정도 후면 대형기획사를 제외하고 신인 아이돌은 씨가 마를 것 같다. 거의 모든 제작자들이 아이돌 이후의 새로운 형태의 가수들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 중이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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