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 대한 믿음이셨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범이가 진성 역할에 들어와 준다면 고맙겠다’고 하셨어요. 다시 불러 주시니 제가 오히려 감사한데 고맙다고 하시니 정말 기분 좋고 기뻤죠. 또 불러주실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웃음)
김범은 “정말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고 행복해했다. 무척이나 행복한 기억이었지만, 모두가 다 같이 마지막회 방송을 봤을 때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났는데 안 운 척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끝나고 나서 조인성 선배가 안아주면서 ‘잘했어. 고생했어. 진성아!’라고 말하니 참았던 눈물이 왈칵 떨어지더라고요. 아마 제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을 거예요.”
그는 눈물의 의미를 “개인적으로 놓치고 간 진성을 향한 미안함”이라고 정의했다. “진성이라는 캐릭터를 잘 연기하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빠담빠담’ 때 제가 맡은 국수는 천사이기도 하고, 인간이기도 했어요. 어려워서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적어도 인간이기 때문에 쉬울 거로 생각했었나 봐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드라마가 어려운 작품이잖아요. 각자가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 캐릭터였으니까요. 초반부에 혼란스러워서 놓친 게 많아 진성이에게 미안해요.”
드라마가 오영(송혜교)와 오수(조인성) 중심이다 보니 빛을 못 본 것 같은 느낌도 있다. 하지만 김범은 “(정)은지가 연기한 희선이라는 캐릭터와의 멜로에서 큰 역할 중 하나는 무거운 드라마 분위기에 숨돌릴 타이밍을 주는 것이었다”며 “한 번도 아쉽다고 생각한 적 없다. 시청자분들이 ‘탄산커플’이라고 해주면서 좋아해주는 게 정말 기뻤다”고 만족해했다.
김범은 당연히 드라마에서는 수, 영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인성과 송혜교 커플을 보며 “정말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두 사람을 보면서 저도 언젠간 호흡이 잘 맞는 배우와 멜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가장 자신 없는 게 멜로인 것 같은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젠가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아니고요.(웃음) 제가 현실에서도 가슴 아픈 사랑과 후회 없는 사랑, 또 후회되는 사랑 등을 해보긴 했지만 사랑과 연애의 감정을 연기로 풀어내는 건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이야기를 꺼낸 김에 김범의 연애와 사랑을 물었다.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한 그는 “그동안 연애를 했을 때는 연상과 잘 맞았던 것 같다”며 “내 나이 또래와는 얘기가 안 통한다는 느낌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하고, 또 가장이자 장남이라서 그런지 어떤 책임감을 느끼나 보다”라고 회상했다.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하면서 사랑에 빠지면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국적도 상관없다는 걸 느꼈어요. 얼마나 나와 얘기가 잘 통하느냐, 공감대가 형성이 잘 되느냐가 중요한 거죠. 저도 물론 외모를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이지만(웃음) 그것보다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
“은지는 처음 만났을 때 ‘탄산 커플’이라는 별명에 정말 잘 어울리는 친구라서 무척 기뻤어요.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 희선이가 가진 감정을 잘 이해하더라고요. 혜교 누나는 말 안 해도 정말 아름답죠. 모니터로 보고 있을 때 ‘정말 예쁘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내뱉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두 분은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김범은 조만간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인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그는 “법이 바뀌어서 길어야 1년 정도 남은 것 같다”며 “‘빠담빠담’ 이후로 이제 막 배우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된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있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무니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가도 조금 늦긴 했지만 시간이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가서 배울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인성의 케이스도 모범이 됐다. 늦게 군대에 간 조인성은 전역 복귀작품인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군 복무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들지 않게 해줬다.
그는 “‘빠담빠담’이 안겨준 게 많다.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다. 1년 동안 4개 작품을 했지만 내 안의 것들이 고갈되는 느낌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어가는 느낌”이라며 아직도 힘이 넘친다. 4년 전쯤 시상식에서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처음에 같이 하자는 얘기를 듣고 ‘서극 감독이 날 어떻게 알지?’하며 굉장히 신기했었어요. 중국어가 능숙하지 않고, 준비가 안 돼 걱정이었지만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작업하겠어?’하는 마음에 중국으로 넘어갔죠. 도인 같은 모습이었던 감독님에 놀라고,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쌓고 많은 걸 배워 좋은 배우가 된 다음에 또 한 번 이들과 만나길 기약하고 싶네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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