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실망스러울지언정 결말이 궁금해 끝까지 보게 되는 작품과 끝을 뻔히 알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무엇이 더 월등할까?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김유리 작가의 동명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해 인기 드라마 ‘옥탑방고양이’ 내용을 재구성, 2010년 처음 무대로 올려졌다. 벌써 7번째 시즌이지만 여전히 국내 연극 예매율 1위, ‘연극의 메카’ 대학로의 대표적인 효자 공연으로 꼽히고 있다. 재관람 가족만 2만 명을 훌쩍 넘었고 창작연극 사상 최단기간에 5,000회를 돌파했다. 인터파크 관객평점은 무려 9.6점이다.
소극장의 특색을 살려 공연 곳곳에 관객들과의 소통 통로를 배치했다. 등장인물의 행동을 관객이 직접 묘사하기도 하고, 이들의 행동을 배우들은 애드리브의 소재로 삼는다. 보고 있지만 동시에 무대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관객과의 밀접한 호흡 구조가 인상적이다.
또한 원작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달리 옥탑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두 마리의 남녀고양이 겨냥이와 뭉치가 등장해 웃음과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이들은 두 주인공의 사랑, 그리고 갈등의 상황에서 관객들을 대신해 응원하고 위로한다. 또 주인공 커플과는 다른 사랑 이야기를 전해 한 공연에서 두 커플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다. 회사에서 퇴직위기에 놓여 노동자 집회 시위를 벌이면서도 딸의 꿈을 지켜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폭넓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혼자 사는 딸이 걱정돼 손에 용돈을 쥐어주고 떠나는 모습에서는 먹먹한 여운과 동시에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다른 모습, 다른 언어로 표현하지만 결국 이들은 누구나 같은 고민선상에 두고 사는 ‘꿈’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가망성이 없어 보이지만 평생 안고가야 할 꿈.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감수해야할 청춘들의 고뇌와 절망, 불안감을 위트있게 풀어냈다. 그리고 꿈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이 작품에서는 이를 ‘소울 메이트’로 형상화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가질 수 있는 것과 갖고 싶은 것, 옆에 두고 싶지만 멀리 있는 것 등 인생에 꼭 필요하지만 모호한,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가 남녀 노소, 연령 불문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결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두 주인공의 결말만 정해졌을 뿐이다. 4월 6일~오픈런, 대학로 틴틴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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