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배우 조보아(21)는 한층 성장했고 단단해졌다. 이병훈 감독의 사극 MBC ‘마의’에 함께 했다는 것에 그저 기뻤다고 한다. 데뷔 후 첫 사극이자 큰 도전이었다. 6개월간의 촬영은 일분일초가 교육의 시간이 됐다.
기세 좋게 들어간 세트장에는 대선배 조승우가 있었다. 그에게 화를 내야 했고, 그를 누르는 카리스마도 보여야 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방송이 나간 뒤 한동안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조근조근한 말투지만 피해가지 않았다.
“당시 긴장을 정말 많이 했어요. 방송 후 연기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죠. 댓글에 대한 공포가 생길 정도로요. 악성댓글은 아직도 무서워서 못 보겠어요. 하지만 제 연기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사가 안 좋게 나면 ‘내가 많이 못했구나’ 싶죠. 그게 결국 제 모니터링이니까, 깨닫는 게 더 많아요.”
변명은 없었다. 다시금 떠올려도 아쉬움이 가득할 뿐이다. 그때 논란이 있었던 첫 번째 신을 다시 찍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 신은 혼자 집에 있을 때 자주 해본다고 했다. 조용한 답이었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연기력 논란으로 힘들어할 때 많은 도움을 줬다. 낯선 촬영장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를 리드하고, 촬영 전에도 먼저 맞춰보자며 챙겨줬다. 그러면서 촬영을 즐기는 방법도 알게 됐다.
“어느 날은 종이 두 장을 주시는 거예요. 자필로 발음이나 발성 같은 기본적인 것을 일일이 적어서 알려주셨어요. 마치 과외선생님처럼요. 정말 감동받았죠. 워낙 인간적이고 따뜻하신 것 같아요. 저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을 다 챙기시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를 함께 하면서 더욱 존경하게 됐죠.”
이병훈 감독의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극 후반부에 들어서며 의기소침한 서은서 역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나이에 맞는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되찾았다. 옷도 화려해지고 말투도 발랄해졌다. 그러면서 극중 캐릭터는 물론 배우도 함께 살아났다.
“살았다 싶었죠. 당시에는 아무 말 없으셨는데 감독님께서 제 원래 성격에 맞게 변화시켜주신 것 같아요. 초반 긴장이 풀리다보니 마음이 편해져 애드리브도 나오더라고요. 특히 친자매처럼 지내는 (김)소은 언니와 함께하는 신이 가장 편했어요. 둘이서 옷감을 고르는 장면은 평소 저희가 수다 떠는 모습이에요. 하하!”
“연기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도 극중 역할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죠. 완벽하게 몰입하고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느끼면 그것만큼 행복할 수가 없어요. 물론 시행착오도 많죠. 스스로 실력적인 부분을 평가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 뿌듯함 하나 때문에 연기가 계속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연기자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이제는 최고를 향해 달릴 준비가 됐다. 미래의 모습은 멋진 배우가 돼있길 소망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또 찾고 싶은 배우죠. 이런 시놉시스가 있다고 하면 ‘아 조보아라는 배우가 있는데 그 친구가 어울릴 것 같다’고 먼저 찾아주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소담 인턴기자/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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