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개봉하는 기대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39) 감독은 김수현을 철저하게 망가뜨 린(?)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지는 않으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본인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수현이가 형식적인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진짜 재미와 웃음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안에 정말 코믹 본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장 감독은 데뷔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2010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은 주목할 연출가다. 이후 작품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색깔이 강하다는 걸 보여줬던 그는 이번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돌아왔다. 2~3개 작품을 준비했었는데 투자나 캐스팅 등의 벽에서 좌절됐고,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하다가 웹툰이 원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연출 제안을 받았다.
북한 최정예 스파이 류환(김수현), 해랑(박기웅), 해진(이현우)이 남한에 남파돼 펼치는 작전을 그린 영화는 동네 바보, 로커, 일반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꽃미남’ 남파간첩의 이야기가 흥미를 이끈다.
사실 웹툰을 알지 못했던 장 감독은 제목과 설정, 초반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끼고 참여했다. “첫 번째 작품은 ‘장철수가 영화를 괜찮게 만들 수 있는 감각있는 감독이구나’를 보여줬다면, 2번째 작품은 ‘장철수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해내자’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사람들이 김수현을 어떻게 캐스팅했느냐고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나를 택한 것”이라고 웃었다.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저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대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재밌게 봤다는 거예요. 작은 영화인데 그 작품을 잘 봤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배우들의 연기나 영화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얘기를 들었죠. 그 얘기를 듣고 ‘아, 크게 될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하.”
솔직히 장 감독은 김수현을 잘 알지 못했다. 드라마를 보지 않기 때문에 ‘해를 품은 달’과 ‘자이언트’ 등에서 그의 활약을 보지 못했다. 영화 ‘도둑들’에서 잠깐 나온 그를 보고 “아낌없이 수현이의 매력을 발휘해주도록 하고 싶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의 말마따나 극 중 김수현은 이제까지 볼 수 없던 매력을 폭발시킨다. 바보 연기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 저리 가라 할 정도이고, 후반부 스마트하고 멋진 변신도 관객을 사로잡을 만하다.
영화는 현재 김수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드라마 ‘추적자’로 방송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손현주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괜찮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손현주 선배를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는 캐릭터가 이해 안 되고, 액션도 많으니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수정해서 다시 보내드렸고, 그제야 오케이 하셨죠. 손현주 선배가 많은 변화를 하고 싶어한 것 같은데, 저도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라는 기존 이미지가 보이지 않게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초반에는 액션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무척 재밌어하시며 체육관을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장 감독은 박기웅과 이현우의 매력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우는 정말 귀여운 친구였고, 기웅이는 재밌었다”며 “특히 기웅이라는 친구는 변신의 귀재인 것 같다. ‘최종병기 활’을 봤는데 거기에 박기웅이 나온 지도 몰랐다. 자기의 다양한 면을 활용해 작품에 몰입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추어올렸다.
“원작이 있다 보니 보는 시각차가 있을 것 같아요. 하나의 결과물로 그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에 고생했고,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으니 다음에는 부담이 덜한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전작과 색깔이 확연하게 다르니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있다고 하니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겨우 두 번째 작품인 걸요. 하나는 영(0)과 같다는 말이 있어요. 하나는 점일 뿐이고, 또 다른 하나의 점이 이어져 선이 되면 방향성이 생긴다고 봐요. 거기에 또 하나의 점이 더 찍히면 면적이 생기고, 그때 돼야 색깔이든 뭐든 구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한 작품으로 규정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최대한 멀리 점을 찍었죠. 첫 작품을 기대했던 분들은 의아할 수 있지만 제 가능성이 넓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어요. 앞으로 계속 궁금해지는 감독이 되려면 스스로 깨나가야 할 것 같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