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여왕의 교실’은 개학 첫날 6학년 3반 담임으로 부임한 마여진(고현정 분)의 캐릭터와 그녀의 냉혹한 교육 스타일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마여진은 성적을 통한 경쟁논리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철저하게 동심을 파괴한다.
개학 첫날 조회와 자기소개를 하자는 학생들의 발언을 불필요하다고 묵살하고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다. 시험 성적순으로 자리를 정하고 꼴찌에게 화장실 청소와 급식배식 등의 궂은일을 하는 ‘꼴찌 반장’을 시키겠다고 통보한다.
그런 행동은 차별이라는 학생의 의견에 마여진은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특별한 혜택을 받고 낙오된 사람들이 차별을 받는 것은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며 “성공하는 사람은 1%로, 나머지 99%는 사회가 부당하다고 술 마시면서 떠들고 산다. 대부분의 너희 부모들처럼”이라고 독설을 쏟아낸다.
심하나(김향기 분)와 오동구(천보근 분)가 실수로 급식으로 나온 카레를 엎지르자 성적순으로 상위 일부만 카레를 먹을 수 있게 하고, 시험 중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심하나에게 “커닝이라고 간주하고 시험은 볼 수 없다”고 막아 세우기도 한다. 결국 하나는 마여진에게 맞선 김서현(김새론 분)의 도움을 받고 교실 밖을 나가지만 결국 복도에서 주저앉아 실수를 하게 되고 만다. 마여진은 김서현이 자신에게 반항했다며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음에도 시험지를 내던지며 꼴찌의 굴욕을 안긴다.
‘여왕의 교실’은 일본 원작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품인 까닭에 대강의 줄거리와 결말이 공개된 작품이다. 하지만 이미 첫회부터 작품의 주제와 의도, 감상 포인트는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가 살기 위해서 상대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어른들의 헤게모니가 아이들의 세계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과정을 묘사하겠다는 작가의 의도는 쉽게 드러난다.
앞으로 아이들이 마여진의 폭력에 순수함으로 보다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고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며 어릴 적 순수했던 시절을 환기할 터. 첫 방송에서 김서현이 시험을 포기하면서까지 마여진에게 맞서 “규칙도 사람 위에 있는 건 아니다. 하나를 괴롭히고 싶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장면은 어쩌면 드라마의 전부라고 볼 수도 있고 앞으로 이 같은 패턴은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아이들에게 동화돼 순수했던 동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드라마의 목적일 것이다.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는 현실과 겹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최대 약점이다. 한발자국만 떨어져 드라마를 ‘현실적으로’ 본다면 이 드라마의 의도는 참담하게 빗나가기 십상이다. 드라마를 보는 어른들은 마여진의 논리에 좀 더 공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SBS ‘붕어빵’이나 MBC ‘아빠! 어디가?’ 같은 예능 프로그램과 전혀 다르다. 드라마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미소가 나오지 않는다. 이들 예능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와 여행지라는 철저하게 어른들의 세상과 단절된 울타리 속에서 특정한 모습만 보여준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동심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일종의 판타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성적지상주의나 학원폭력, 왕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숙제다. 현실에서 급식으로 나온 카레를 엎지른 친구가 있다면 그는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성적이 낮으면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면 굴욕감에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고 학교를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성적이 교실 내의 지위를 결정하고 반친구들은 경쟁자라는 논리가 머릿속에 심어진다면 연필이 죄다 부러져 시험을 못보는 친구에게 자신의 팬을 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에서는 이 같은 교육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거나, 심한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그건 그들이 착하거나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어리고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마여진의 교육철학에 대한 깊은 속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아이들의 동심을 막연히 응원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결국 드라마 ‘여왕의 교실’ 속 어린이 주인공들의 동심은 지키는 것으로 결론 나겠지만 이를 시청하는 ‘어른들의 동심 판타지’는 회를 거듭 할수록 하나씩 깨질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어른들은 아이처럼 순수하지 않으니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