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는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적 소재 중 하나다. 애초 좀비는 이성능력을 상실한 채 느릿느릿 사람을 쫓아다니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1968년 로메로 감독의 작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후 좀비에 대한 인식은 이 지점에서 고착됐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좀비는 진화한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좀비는 좀더 지능적이고 스피디한 존재로 변했다. ‘웜 바디스’에서는 로맨틱한 감정마저 갖는다. 그런 좀비가 영화 ‘월드워Z’(World War Z, 감독 마크 포스터)에서 또 진화해 인류를 멸망시킨다.
‘월드워Z’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맥스 브룩스의 동명 소설의 판권을 가지고 브래드피트(Brad Pitt) 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이끄는 아피안웨이 프로덕션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판권을 차지한 브래드피트는 이 영화에서 제작은 물론 주연까지 맡으며 인류를 위해 대재난에 맞서 고군분투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전 UN 소속 조사원이었던 제리의 예상은 적중했고 미확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정체가 실은 좀비라는 소식을 듣는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인 그는 풍부한 전시 경험과 위기 대처 능력을 인정받아 인류 구출을 위한 최후의 적임자로 선정된다. 특별한 능력 대신 오직 가족에 대한 사랑과 현장 경험 뿐 인 그가 단번에 영웅 자리에 오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자연재해 위주의 블록버스터와 달리 ‘월드워Z’는 좀비라는 인간 변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더욱이 영화는 실제로 좀비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제를 하면서, 대처법까지 제시한다.
좀비영화는 ‘B급이고 뻔하다’는 편견의 틀을 깨며 ‘월드워Z’는 좀비영화의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실감나는 좀비 표현을 위해 제작진은 의학잡지는 물론 일반적인 발작증세 등 다방면에 걸친 조사와 함께 CGI 기술(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기술)을 사용했다. 특히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좀비들의 의상 역시 사연에 맞게 각각 차별화를 두며 섬세함을 표현했다.
그런 이렇게 탄생된 좀비는 기존의 좀비들과 달랐고, 이들로 인해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장르가 호러가 아닌 액션 스펙터클로 변화됐다. 특히 대규모 광장 장면을 비롯해 이스라엘 장벽을 둘러싼 좀비와의 혈투, 2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펼쳐지는 난투는 ‘월드워Z’의 최대 볼거리다.
떼 지어 공격하는 좀비들, 전율
[MBN스타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