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명’으로 첫 사극에 도전한 이동욱(32)을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간’ 이동욱은 브라운관을 통해 만난 ‘배우’ 이동욱 만큼이나 멋졌다. 아니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차림, 브라운관을 통해 접한 ‘차도남’ 이미지 그대로다. 대화 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농담과 돌직구 발언 역시 ‘강심장’에서 본 익숙한 매력이다. 의외였던 건 내면 어딘가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듯한 그만의 오묘한 에너지였다. 대화 내내 치열한 고민이 전해졌다. 예상보다 성숙했고 또 진솔했다.
“‘로맨스의 왕자’가 의외로 사극을 선택했다. 그것도 애 딸린 홀아비”라고 말하자 그가 “벌써 연기자 14년차에요. 새로운 모습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때가 됐죠”라고 답했다.
“이번 작품은 모든 게 생소했어요. ‘사극’이라는 장르적인 낯설음부터 ‘아버지’라는 캐릭터. 주 배경이 된 산과 인물의 복잡한 감정선. 특히 극 중 모든 인물들과 연관이 돼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 전체를 끌고 가야했어요. 심적 부담감과 책임감이 끝까지 저를 힘들게 했죠.”
‘천명’은 인종 독살음모에 휘말려 도망자가 된 내의원 의관 최원이 불치병 딸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펼치는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다.
“시청률, 연기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제 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드린 데에 만족하고 있어요. 겉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늘 긴장하고 있었고 부담감도 컸어요. 보다 진지한 고민도 하게 됐고요. 제겐 어떤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3개월간 사람에 쫓기고 또 시간에 쫓기면서 그가 스스로에게 반복한 말은 “잘하자”였다고 했다. 14년차 배우에겐 ‘연기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무형의 압박감이 그를 더 옥죄였다.
“그저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14년. 좋은 배우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연기력은 기본, 공동의 작업에서 보다 주변을 이끌고 잘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 성숙한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단 걸 깨달았죠. 내가 중심이던 20대와는 달리 30대가 되니 남들과 조화를 이룰 줄 아는 나를 찾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사람의 단점을 먼저 봤고, 약간의 까칠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좋은 점, 그 사람의 강점들을 더 먼저 파악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노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죠. 하하!”
진지함 속에서도 위트는 여전하다. ‘강심장’을 통해 첫 예능 신고식을 치룬 그는 ‘초짜’답지 않은 진행력과 순발력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예능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물었더니 역시나 시원하게 답했다.
“예능은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참여하고 싶어요. 특히 ‘힐링캠프’ 같은 야외에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토크쇼’에 출연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배우는 연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어디서든 내게 주어진 위치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아요.”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눈을 한 번 깜빡, 자세를 다시 바로 잡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차기작 선택에 있어서도 이전에 비해 훨씬 진지하고 꼼꼼하게 볼 것 같아요. 뭔가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네요. 지금이야말로 어떤 ‘여유’가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게 사실인데, 스스로 건강한 삶을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네요. 밀린 시나리오도 보고, 저 자신을 위한 힐링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또 다시 시작될 연기를 위한 준비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끝으로 “촬영 끝나고 뭘 가장 하고 싶었나? 어떤 휴식 계획을 갖고 있냐”고 물었다. 명쾌하고도 유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부쩍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 요즘이에요. 애정결핍 수준인 것 같아요. 친구들도 만나고 가능하다면 연애도 하고 싶은데, 가능할 진 모르겠네요. 좋아하는 야구도, 보고싶던 영화도 보면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에요. 아! 진욱이가 ‘나인’을 통해 인기가 많으니 공공장소에서 진욱이를 앞세워 ‘스타놀이’도 해봐야겠네요. 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