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태국)=MBN스타 유명준 기자] 가수에게 콘서트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무대다. 어린 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무대에 올라 패기로만 무대를 뛰어다니는 신인 때를 지나, ‘쫌’ 어느 정도 세상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청소년기와 같은 3~5년차 때를 지나면, 이제 온전히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정규 2집을 발매하고 아시아투어를 시작한 김준수(XIA)가 그렇다.
사진 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지팡이를 들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일 때는 마치 클럽에 처음 들어가 “나 이런 사람이야”를 외치며, 무대를 휘어잡고픈 욕망을 분출하는 듯 했고, 여성 댄서들과 섹시한 퍼포먼스를 보일 때는 10대 청소년이 다소 야한 잡지를 보면서 현실과 상상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하는 듯 했다. 때문에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녀석 저런 것도 할 줄 아네”라는 수준에서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20일 오후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 로열 파라곤 홀(Siam Paragon Royal Paragon Hall)에서 3000여 현지 팬 앞에서 열린 ‘시아 두 번째 아시아 콘서트 인크레더블 인 방콕’(XIA 2nd ASIA INCREDIBLE IN BANGKOK)에서의 김준수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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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 ‘타란탈레그라’(Tarantallegra)에서 첫 영상 때까지는 어른이 되기 전, 혹은 어른이 되고나서도 남아있는 순수함을 보여줬다. ‘과거의 김준수’ 정도가 어울릴까. 특히 영상에서 친구를 이성으로 보며 사랑을 느끼며, 귀여운 문자와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모습은 1집 활동 당시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빨간 옷을 입고 등장해 세 번째 곡 ‘나 지금 고백한다’를 열창할 때부터의 김준수는 1집의 모습을 벗어났다. 이는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홀로 무대에 올라 낯선 해외 현지 팬들과 떨리는 마음으로 어렵게 얘기를 나누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마치 “내가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고, 당신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식으로 다소 복잡하고 나뉘었던 모습이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로 친근감 있게 정리된 느낌을 줬다.
조금은 달달해 아직은 대중들의 보살핌을 받아야할 것 같은 느낌을 줬던 김준수의 ‘상남자’ 선언은 ‘노 리즌’(No Reason)부터였다. 매혹적인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키스 직전까지의 영상으로 태국 팬들을 한껏 달궈놓은 김준수는 여성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아예 불태워버렸다.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포함한 ‘노 리즌’의 무대는 ‘한국에서 펼치면 여성가족부가 나서겠는데?’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덧 어른이 된 김준수는 이 퍼포먼스를 ‘야하다’기 보다는 일종의 ‘성인식’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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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타란탈레그라’에서 시작해 ‘노 게인’(No Gain), ‘레인니 아이즈’(Rainy Eyes), ‘바보가슴’, ‘판타시’(Fantasy), ‘11시 그 적당함’, ‘사랑하나봐’, ‘가지마’ 등으로 이어지는 곡의 순서는 김준수의 성장기였고, 앞으로도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특
어찌 보면 김준수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어른’ 사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줄 것 같다. 이번 투어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