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비밀의 화원(!)에서 ‘청순’ 열매라도 따먹은 걸까. 1년 2개월 만에 돌아온 여섯 멤버들은 여전히 청순하고 사랑스럽다. 그러면서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타이틀곡 ‘노노노(NoNoNo)’가 지상파,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에이핑크 전성기를 활짝 연 가운데, 또 다른 수록곡 ‘시크릿가든’ 뮤직비디오는 순정만화 여주인공 같은 청순한 이미지가 단연 눈길을 끈다. 머리에 화관을 쓴 요정 콘셉트의 스타일링은 에이핑크의 순수한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에 대해 에이핑크는 “데뷔 초부터 그러한 컨셉을 해왔기 때문에 꽃 장식이 그리 부담되진 않았다”며 “오랜만이었지만 굉장히 자연스럽게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쟁적으로 노출의 수위를 높여가는 걸그룹 시대, “다른 컨셉보다 청순이 오히려 더 쉬웠다”는 말을 접하니 ‘이래서 에이핑크구나’ 싶다.
1년이라는, 아이돌치고 꽤 긴 공백기를 보낸 만큼 컴백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노노노’로 데뷔 후 처음으로 지상파 1위를 달성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이번 앨범으로 큰 기대를 하고 나온 건 아니라 그런지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공중파 1위 후보도 처음이었는데 1위까지 해서 너무 좋아요. 대기실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부족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른 건, 데뷔 2년 3개월 만의 지상파 1위라는 점이다. ‘제 2의 S.E.S’, ‘제 2의 소녀시대’라는 기대 속에 화려하게 데뷔한 에이핑크의 지난 2년 여정 동안, 주위에서는 ‘확’ 하고 터지는 무언가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2년이라는 세월(!)은 조바심이 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1등 트로피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고, 더 많이 보여드리고 해야 하니까요. 우리는 좀 천천히 올라가고 싶어요. 이렇게 상을 받은 것도, 후보 든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거든요. 쟁쟁한 선배들이 많이 나오셨는데도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박초롱)
현재 에이핑크의 행보에 대한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망설임 없이 “아직 멀었다”고 답하는 이들에게서 옹골찬 꿈과 패기가 느껴진다.
“아직 멀었죠. 1차적인 꿈은 이룬 게 맞지만, 에이핑크로서의 꿈은 더 많이 남았기 때문에 스스로 계발하고 다 같이 많이 노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아직도 못 보여드린 것이 너무 많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박초롱)
tvN ‘응답하라 1997’로 팀 내 개인 활동의 시작점을 본격적으로 끊은 정은지를 비롯해, 손나은 역시 연기자로 변신, 호평 받았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4’에서도 활약하는 등 개별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만 알고 있던 나은이의 장점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아요. 나은이의 겉모습만 보면 차갑고 도도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의외로 헐렁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니까요.”(정은지)
비단 ‘우결’뿐 아니라 에이핑크 외의 다양한 활동은 멤버들이 스스로의 틀을 깨게 되는 주효한 계기가 됐다.
“예능도, 드라마도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분들이 에이핑크로서의 이미지만 알아주셨는데 예능을 하면서 제 본연의 모습들이 많이 나오고 새로운 면을 알게 되셨으니까요.”(손나은)
내친김에 에이핑크의 연애담도 듣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경험이 없어서’ 들을 수 없었다.
“녹음을 하면서 많이 들은 얘기가, 연애를 해야 노래할 때도 감정이 나온다는 거였어요. 저희가 사랑 노래를 많이 하는데, 표현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작곡가 오빠가 ‘너희도 연애를 해봐야 이걸 표현을 할 수 있다’며, 정말 답답해하시더라고요. 무대에서도 확실히 감정 표현이 달라진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도움이 된다면 (연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활동을 하면서도 오히려 다가가기 힘든 게 있더라고요. 방송국에 가도 팀끼리 다니다 보니 거의 못 보는 분들도 많고. 대화할 시간도 없어요. 주위에서는 연애 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막상 자기 일에 바쁘다 보니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네요.”
(이쯤 되니 KBS 2TV ‘개그콘서트-뿜 엔터테인먼트’ 속 ‘느낌 아니까’의 주인공, 김지민을 멘토로 추천해야 되지 않나 싶다.)
개별 활동을 마치고 헤쳐 모여 끝, 오랜만에 뭉친 팀 작업이라 즐거웠을법 하지만 이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한다. 컴백을 앞두고 “걱정되는 점도 있고 힘들 때도 있었다. 기복이 심했다”는 고백이 이어졌지만, 대중은 이들의 눈물과 땀을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아이돌에게 1년 넘는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였어요. 워낙 빠른 시대이다 보니 저희도 따라가기 너무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인만큼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고,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번 1위라는 고지를 찍은(!) 만큼 다음 앨범에서도 1위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길 법도 한데, 에이핑크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다음 앨범의 결과보다는 앞으로 저희가 계속 무대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에 대한 걱정이 커요. 비슷한 콘셉트에 대해 팬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어떤 콘셉트도, 어떤 무대도 완벽하게 소화해야겠지만 갑자기 바뀌면 오히려 팬들이 더 어색해하실 것 같거든요. 앞으로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