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악한으로만 보였던 민중국(정웅인)은 과거 아내와 어머니, 아들 등 가족을 잃게 된 안타까운 사연과 모든 잘못을 인정한 사실이 참작돼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예의 없고 겸손도 없는 속물 국선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은 수화까지 배우며 남들의 목소리와 진심에 귀 기울이는 변호사가 됐고, 오만해 보인 서도연(이다희)은 자신이 틀린 걸 인정하고 사과하고 반성해 근사한 검사가 됐다. 혜성과 박수하(이종석)를 도와줬던 차관우(윤상현)는 여전히 강직하고 우직한 변호사로 남게 됐다.
‘너목들’은 ‘사랑해도 될까요’의 편성이 밀리면서 앞으로 나서게 된 드라마다. 극 중 소름돋는 악역을 선보인 정웅인은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 출연해 “첫 촬영 이틀 전에 캐스팅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땜질과 땜빵이라는 악조건이었지만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선보인 각종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는 설정은 절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중요했다.
흔히 인기 드라마는 추후 전개와 결말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다. 내용이 미리 유포되면 관심도가 떨어지고 시청률에도 타격을 준다. ‘너목들’도 스포일러 유출 건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시청률 하락을 우려했으나 관심은 높아졌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오랜만에 돌아온 MBC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과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 KBS 2 ‘칼과 꽃’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표절 논란이었다. 소설 ‘악마의 증명’을 쓴 도진기 작가가 극 중 에피소드 ‘쌍둥이 살인사건’이 자신의 책 내용을 참고해 글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추리작가협회까지 나서 협회 회원인 도 작가를 동조하고 방송사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칼잡이 오수정’, ‘드림하이’ 등을 써온 박혜련 작가는 장문의 글을 통해 ‘너목들’은 법정을 직접 체험하고 자문을 얻어 집필했다고 장문의 글을 통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참고한 정도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라진 약혼자’ 편과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며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해 쌍둥이라는 설정을 했을 뿐이라고 밝혀 일단락됐다.
‘너목들’은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몇몇 해프닝 때문에 급하게 시청률이 떨어지진 않았다. 호재로 작용했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실제 1시간 드라마였는데 시간이 어느새 흘러간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또한 이종석과 이보영의 나이 차를 극복한 사랑은 아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어울려 묘한 쾌감을 줬다. 두 사람의 뛰어난 연기와 달달하고 애틋한 애정신이 나이차를 좁혀갔다. 특히 이종석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너목들’은 카메오도 힘을 실었다. 배우 김민종과 엄기준ㆍ안문숙ㆍ소이현ㆍ정만식, 개그우먼 김미려ㆍ안영미 등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드라마 보는 맛을 한층 높였다.
SBS는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의 드라마가 실패하며 침체 분위기였지만 ‘너목들’의 힘을 받아 후속작 ‘주군의 태양’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로맨스와 코미디, 호러가 혼합된 드라마는 소지섭과 공효진의 첫 연기호흡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