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MC 유희열은 ‘스케치북’에 아이돌이 출연하는 데 대한 분분한 여론에 대해 “지금 가장 핫하고 뜨거운 가수는 ‘스케치북’에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심야 시간대 방송되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점 그리고 ‘비디오형’ 가수 아닌 ‘오디오형’ 가수를 적극 발굴해 낸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돌 그룹이 약진, 대중음악계를 주도하는 판도가 되다 보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아이돌 가수들이 종종 출연하곤 하는데, 이에 대한 열혈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굳이, ‘스케치북’에 ‘아이돌’이 나와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MC 및 제작진의 생각은 어떨까. 유희열은 “‘스케치북’에 아이돌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한동안은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자기 이야기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이 ‘스케치북’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지금 현재 가장 핫 한 가수는 ‘스케치북’에 나와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그들에게도 분명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이고 그들의 음악이 분명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스케치북’에서 음악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참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스케치북’을 아끼시는 분들은 이소라(프로포즈) 윤도현(러브레터) 때와 많이 비교를 하시며 좀 바뀌었다고 하시는데, 시차가 벌써 10년~15년이다. 또 농담 삼아 얘기하는 건데, 당시엔 ‘가요톱10’에서 1위하는 분들이 여기 나오셨다”고 ‘스케치북’이 처한 예전과 달라진 음악 환경을 언급했다.
유희열은 “다만 아이돌들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계적으로 본인의 음악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자기 얘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그건 우리 욕심인 것 같다”며 “‘스케치북’은 무엇인가 달라야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재혁 PD가 밝힌 ‘스케치북’ 섭외 원칙은 “균형감”이다. 최PD는 “더 이상 음악에서 주류-비주류, 언더-오버를 나누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성향, 스펙트럼의 출연자들을 많이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PD는 “기본 원칙은 라이브를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로 그런 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팀은 향후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아이돌이라고 해서 ‘스케치북’에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뮤직뱅크’에서 보여주는 게 아닌, 다른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2009년 4월 ‘이하나의 페퍼민트’ 후속으로 편성돼 5년째 방송 중인 장수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고품격 음악 방송으로 2011년 100회 특집 ‘더 뮤지션’ 편을 통해 가수 뒤에서 묵묵히 연주하는 세션 여주자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등 의미 있는 특집을 다수 선보였다.
200회 특집은 이효리, 윤도현, 박정현, 장기하, 유희열이 자신의 ‘FAN’을 소개하는 특집으로 마련돼 각각의 소개를 받은 김태춘, 로맨틱펀치, 이이언, 김대중, 선우정아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23일 밤 12시 40분 방송.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