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A.S.K(African Sing Korean Soul) 프로젝트 팀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K-팝 오디션을 개최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돈스파이크(36, 본명 김민수)와 섹소폰 연주가 신현필(34), 아프리카 NGO 단체 메이크 베터 아프리카(Make Africa Better)의 육숙희 이사(31)로 구성된 A.S.K 프로젝트 팀은 지난 4월 외교통상부와 한국 국제교류제단이 주최한 ‘국민 모두가 공공외교관’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민간외교관으로 위촉, 5개월간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나이로비 중심부에 위치한 나이로비 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이날 오디션에서는 약 40여 팀의 본선 진출자들이 오랫동안 연습한 우리말 노래를 부르며 치열한 경연을 펼쳤다.
A.S.K 프로젝트 팀장 돈스파이크는 먼저 “큰 사고 없이 행사가 잘 마쳐진 것 같아서 후련하다”고 웃으며 “외교부와 국제교류재단, 나이로비 대학교 한국학과 학생, 교민들, 현지 국내 기업들의 도움과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일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우리는 K-팝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로 해외에서 K-팝이 어떤 위상을 가진지 체감하기 쉽지 않다. 전세계인들이 우리 K-팝을 함께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은 우리 음악이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은 땅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정도가 이들이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K-팝으로, 불모지나 다름 없다. 그들에게 우리 음악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생각하게 됐다. 직접 찾아듣고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음악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오디션 마무리 한 소감을 전하며 “음악적 수준은 GDP 같은 경제 지표로 환산할 수 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또 문화는 단순히 이식하고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토양과 자연스럽게 섞였을 때 화려하게 만개할 수 있는 것임을 직접 목격했다. 우리는 그 씨앗을 뿌린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 전날이었던 9월 5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섹소폰 연주가 신현필과 케냐 유명 밴드인 키자니 키비츠(Kijani Kibich)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열렸다. 신현필과 키자니 키비츠 밴드는 ‘한국의 밤’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공연에서 ‘여행을 떠나요’ ‘강남스타일’ ‘아리랑’ 등 한국 가요를 함께 연주했다.
아프리카 전문가로 이번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았던 육숙희 이사는 “지금까지 연예인들,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해외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직접 나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최초의 경우가 아닌가 싶다”며 “아프리카 관련된 행사는 일반적으로 일방향이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전파나 원조라는 일방적인 개념이 아니라 음악을 통한 양방향의 상호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한 취지였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현지인들의 자존감까지 높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비단 케냐 현지 참가자들뿐 아니라 교민사회에서도 적잖은 화제가 됐다. 이번 오디션 진행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삼성전자 케냐 지역전문가 김병오 과장(35)은 “케냐 사람들이 한국음악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교민이나 기업 주재원들이 케냐의 음악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두 나라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노래를 듣고 함께 박수치고 호응하는 모습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A.S.K 오디션 우승의 영예는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 난민으로 현재 나이로비 지역 한 교회에서 밴드생활을 하고 있는 나파 파리지(25, Napa farigi)에게 돌아갔다. 그는 직접 작곡한 노래 ‘아이 러브 유, 두 유 러브 미’(I love you, Do you love me)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오디션에 참여했으며, 우승 부상으로 오는 11월 한국에 초청돼 싱글 앨범을 녹음할 예정이다.
[나이로비(케냐)=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