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오랜 명맥을 이어온 가요제들이 위태로운 위치에 서 있다. 말 그대로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와 대학가요제가 바로 그것이다.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이라 일컬어지던 가요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단지 하나의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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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요제, 7월 폐지…MBC 측 “존재 이유 없다”
1977년 9월 대학생들의 건전한 음악생활과 대중음악의 발전을 목표로 해마다 개최된 대학가요제는 30여 년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냈다. 출연만으로도 대학 내에서 스타가 경우도 다반사였고, 다수의 히트곡들도 나왔다.
그런데 MBC는 지난 7월 대학가요제 폐지를 공식화 했다. 시대가 흐르고, 유행이 변해 대학가요제의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이렇게 1977년 출발한 대학가요제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3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대학가요제의 역대 대상입상자는 샌드페블스 ‘나 어떡해’(1977), 김성근·전종배·조악환·유병진 외 3인 ‘밀려오는 파도소리에’(1978), 김학래·임철우 ‘내가’(1979), 정오차 ‘바윗돌’(1981), 조정희 ‘참새와 허수아비’(1982), 에밀레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서’(1983), 이유진 ‘눈물 한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1984), 높은음자리 ‘바다에 누워’(1985), 유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1986), 작품하나 ‘난 아직도 널’(1987), 무한궤도 ‘그대에게’(1988), 전유나 ‘사랑이란 건’(1989), 소나기 ‘누군가’(1990), 입셋노래하나 ‘추억의 거리’(1991), 최영수 ‘어둠속에서’(1992), 전람회 ‘꿈속에서’(1993), 이한철 ‘껍질을 깨고’(1994) 등이 있다.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협찬사 지원 끊겨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유재하와 그의 음악을 기억하고, 고인의 뜻을 기려 참가자들의 자격을 싱어송라이터로 한정해 개최됐으며, 유희열, 조규찬, 방시혁, 스윗소로우 등을 배출해낸 대중음악 경연대회이다.
이 대회는 유족들이 앨범의 수익금으로 1988년 설립한 유재하 음악 장학회의 장학금으로 입상자에게 장학금 전달 형식으로 개최됐다. 그러다 2005년에는 재정적인 문제로 중단되었고, 2006년에 싸이월드의 후원으로 재개됐으나, 최근 지원이 끊겨 벼랑 끝에 섰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대상수상자로는 조규찬 ‘무지개’(1989), 고찬용 ‘거리풍경’(1990), 유희열 ‘달비의 노래’(1992), 허성안 지영수 ‘계절 그 쓸쓸함’(1993), 곽상엽 ‘운동장’(1994), 나원주 ‘나의 고백’(1995), 정지찬 ‘네가 날 볼 수 있게’(1996), 김혜능 ‘아이처럼’(1997), 노경보 ‘겨울을 기다리며’(1998), 박정아 ‘아리랑’(1999), 임재웅 ‘그댈 날겨 둘게요’(2000), 서정은 ‘너에게 보낸 내마음’(2001), 유경옥 ‘혼자 걷는 길’(2002), 허민 ‘사랑했는지’(2003), 스윗소로우 ‘sweet sorrow’(2004), 오윤아 ‘마음을 다해 부르면’(2006), 울음큰새 ‘그대가 불러준 노래’(2007), 아르페지오 ‘라이크 어 원더’(2008), 둘이서 만드는 노래 ‘공’(空·2009), 하늘 ‘하늘’(2010), 김거지 ‘독백’(2011) 등이 있다.
사진=유재하 음악경연대회 홈페이지 |
◇ 대학가요제, 유재하 음악경연…출신 음악인들 뭉쳤다
대학가요제 출신들은 ‘노래사랑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해마다 대학가요제에 출연하여 별도의 상을 시상해왔다. 대학가요제가 폐지되자 이들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2013 대학가요제 포에버’를 개최한다.
집행위원장 유열은 “‘대학가요제’를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세대와 세대를 잇는 귀한 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거기서 선배들이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고, 그것이 바로 청년문화의 부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노페이로 출연하며, 수익금 전액을 기부함으로써 모임의 순수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협찬사가 없어 올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역대 수상자들은 재능기부로 명맥을 잇고자 나섰다. 또 시상식 진행, 섭외, 제작, 홍보 등은 물론, 재정적인 부분도 일부 충당할 계획이다.
이들 가요제의 위기에는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지만, ‘가수=연예인’이라는 등식의 성립과 TV오디션의 대거 등장,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의 확산 등이 현 상황의 이유로 꼽힌다.
앞서 거론된 가요제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스타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노래를 한다는 자체에 초점을 맞췄고, 주최 측 역시 대학생들의 순수한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가수가 곧 연예인으로 등식화되는 시점으로 변하면서, 굳이 대중들의 관심이 식어버린 가요제에 나갈 이유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는 없어졌다. TV오디션의 난립이 이와 궤를 같이한다. 방송 출연 한두 번이 가요제 대상보다 더 유명세를 얻는 마당에 힘들어 가요제에 출전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예기획사의 관심이 아이돌 그룹에 편중된 것도 또하나의 이유다. 주로 밴드나 싱어송라이터들이 나오는 가요제에 연예기획사들이 시선을 돌릴 이유가 없어졌고, 가요제 출신들에게는 사실상 대중들과 소통할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요제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시대가 바뀌고 유행의 흐름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추억’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나 ‘K팝스타’를 보면 ‘추억’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듯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