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팔기 캐스팅, 음주운전을 한 배우를 대신해 자수한 매니저, 스캔들을 덮는 또 다른 스캔들, 미성년자 성매매 등 연예인 당사자들이 보면 인상을 찌푸릴만한 연예계 뒷이야기들이 담겼다. 직접적인 것들도 있고, 간접적인 것들이 망라됐다. 물론 과장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상식 밖의 일도 이따금 일어나는 연예계이니 영화 속 일들은 현실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하다.
‘톱스타’는 톱배우 원준(김민준)과 원준의 매니저 태식(엄태웅)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원준을 보필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는 태식은 뺑소니 사고를 낸 원준을 대신해 자수, 그 대가로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원준이 건넨 끼워팔기 캐스팅은 태식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다.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3년 후 원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위치에 오른 태식은 자신의 매니저 출신이라고 비아냥대는 원준이 못마땅하다. 여기에 원준의 여자 친구이자 제작사 대표 미나(소이현)를 향한 사랑의 감정도 태식을 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기의 맛을 본 태식은 점점 순수함을 잃어 간다. 물론 그의 내면에는 억누르고 참아온 감정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그가 순수했는지조차 의문이긴 하다. 이미 내재한 그 감정을 감춰왔다 폭발시키는 엄태웅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물론 갑작스러운 변화의 지점이 관객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돈과 명예, 쾌락이 주는 환상이 인간을 타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또 그리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많은 걸 가지고 있던 자와 아무것도 없었으나 많은 걸 얻게 된 이가 서로 자기 것을 잃지 않으려는 싸움에서 누가 승리하게 될지 관객은 관심이 쏠릴 것 같다. 하지만 ‘톱스타’는 그 게임에 누가 승리자인지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다. 박 감독은 연예계의 추악한 면을 소재로 다루면서 자신을 비롯해 후배들에게 돈이나 명예를 중시하지 말고, 초심을 생각하며 연기하라는 교훈을 주는 듯하다.
많은 걸 담으려고 욕심을 냈음에도 큰 임팩트가 없는 게 아쉽다면 아쉽다. 무난한 연출 데뷔작으로 볼 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많다. 김수로와 안성기 등 카메오 출연자들과 엄태웅의 매니저로 나오는 이준혁 등의 활약이 돋보이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107분.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