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여진구(16) 얘기다. 개인적으로 2010년 드라마 ‘자이언트’에서의 연기를 잊어버릴 수가 없다. 극 초반 김수현과 호흡을 맞춘 앳된 아이의 눈빛에 홀렸던 기억이 있다. 이 친구는 2년 뒤 ‘해를 품은 달’로 많은 누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이후 ‘보고싶다’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폭발시켰는데, 역시나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에서도 많은 여성의 마음을 훔쳐 버린다.
어린 나이인데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누나들이 안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진구는 누나들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글쎄요. 제 매력 포인트는 뭔지 모르겠어요. 물어보시니깐 궁금하긴 하네요. 팬미팅을 할 때 많은 분이 좋아하셨는데, 다음 팬미팅 때 제가 무엇 때문에 좋은지 물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남자 향기는 음, 저 원래 남자이긴 했는데요?(웃음) 어떻게 보면 좋은 뜻인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늙어 보인다는 다른 말 같아요. 하하하.”
일반 누나 팬들이 들으면 좋지 않을 소리지만, 사촌 누나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서 그런지 아무런 느낌 없다고 하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워낙 장난치고 노는 걸 좋아한다니 사촌 누나들에게는 그냥 동생 중 한 명인가 보다. “실제 성격을 아니까요.(웃음) 대신 큰 아빠들이 놀라시더라고요. 어리게만 봤는데 이번에 ‘화이’를 보고 많이 컸다고 하시더라고요.”
극 중 여진구는 총 쏘는 실력은 기본이고, 발차기 실력도 만만치 않다. 범죄자 아빠들로부터 배운 갖가지 기술들이다. 감정 연기의 탁월함은 익히 알고 있는데, 액션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운전도 잘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여진구는 특히 운전하는 신이 어려웠다고 꼽았다. 사실 그 장면은 세트 촬영일 수밖에 없었다. 법규상 자동차를 몰고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보이는 연기는 리얼함 그 자체다.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아빠로 나온 배우들과의 호흡이다. 주눅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여진구는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저를 어린 후배로 여겼다면 정말 많이 긴장했을 거예요. 하지만 고맙게도 아빠와 아들도 바라봐 주시더라고요. 분위기도 정말 편하게, 항상 저를 생각해 주셨어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김윤석 아빠가 실제로는 정말 무섭고 까칠할 줄 알았는데 진짜 자상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은 조금 의외였어요. 하하하.”
김윤석은 앞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진구를 사위 삼고 싶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진구는 “김윤석 아빠가 화이 같은 아들을 갖고 싶다고 하니 장현성 아빠가 ‘아이 낳기는 뭐하니 사위로 데려가라’고 장난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그런데 공식 석상에서도 그렇게 장난으로 말씀하셨다.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잘 넘어갔다”고 웃었다.
아빠로 나오는 배우들과 장준환 감독은 여진구의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했다. 각 인터뷰마다 여진구의 칭찬이 거의 대부분이다. 분명 이들도 여진구의 마성의 마력에 빠졌던 것이리라.
‘화이’는 여진구의 첫 장편 영화 주인공 데뷔작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첫 영화를 관객과 호흡하며 못 본다는 게 가장 아쉽다는 그지만 “엄청난 선배들, 감독님과 촬영한 게 도전이었고, 소중한 경험이라 좋았다. 화이라는 캐릭터를 맡겨주신 것도 고맙다”고 행복해했다. 여진구는 “나중에 꼭 볼 것”이라고 웃었다.
아역 배우들에게 또 빠질 수 없는 질문 하나.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면 학교생활은 소홀히 하기 마련이다.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진구는 “되도록 학교생활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도 살갑게 지낸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그대로 중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야 해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제가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과 게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니 친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몇몇 분들은 학교생활이 안 좋았다고 고백을 하신 걸 봤는데 저는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도 고맙고요.”
연기와 학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건 부모님 덕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여진구를 추어올려도 부모님은 채찍을 든다고 했다. “더 큰 당근을 주실 법도 한데 일부러 더 엄격하게 하시는 것 같아요. ‘화이’를 보시고도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하셨어요. 감정이 세거나 약한 부분도 짚어주셨죠. 경험해야 할 것도 많다고 항상 말씀 해주세요. 물론 가끔 칭찬해 주실 때도 있는데 적절한 선이 있어요.”
아역배우 꼬리표가 달리는 우려에 대해서도 안 물어볼 수 없다. 어른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요즘에는 저를 아역이 아닌 배우로 봐주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서 고마워요. 그렇게 봐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 좋은 연기로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관심도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시니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