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과 눈빛의 이준은 공연장 앞에서 마네킹을 향해 애걸한다. 떠나려는 연인을 향한 울부짖음과도 같다. (당연하지만) 아무 말 없는 연인 마네킹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공연장 관계자들은 그를 끌어내는데,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은 여전히 남는다. 초반 흡입력 가득한 강렬한 영상이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배우는 배우다’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의 연기를 하는 무명 배우가 연극 무대를 전전하다 그 특색을 알아본 매니저에 의해 톱스타가 됐다가 다시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안타까운 결과를 내놓는다는 빤한 줄거리일지언정 영화를 풀어가는 시선과 방식은 신선하다. 여기에 이준이라는 신인 배우의 탄생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오영(이준)은 연극 무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무명배우. 열정은 넘쳐난다. 그 열정이 지나쳐 안하무인처럼 보인다. 자기 연기만 중요하게 생각해 상대 연기자는 무시한다. 자신을 배신한 여자 역할을 한 연기자의 목을 조르며 죽일 듯 달려든다. 감정에 집중하는 그는 섹스 신조차 진짜로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연출가를 어이없게 만드는 ‘미친놈’이다.
하지만 쉽게 오른 자리는 쉽게 내려오게 되는 게 인지상정. 물론 당사자는 아등바등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탐욕이 쌓여가는 만큼 그를 잡아 끌어내리려는 이들도 많아진다.
이준은 영화 내용 전반에 아주 적합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큰 화면에 그가 혼자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무명배우의 모습은 야생적으로 거칠게 보이기에 충분하다. 매니저 장호에게 비아냥대는 모습과 뜨고 나니 변한 모습도 충격을 받을 팬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실제 이준의 모습이 저러하지 않을까 하고. 여배우들과 섹스 신도 거침없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어린 팬들이 못 보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다른 배우들에게는 미안해야 할 듯하다. 배우 서영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양동근도 영화 속 영화에서처럼 존재감을 이준에게 빼앗기고 만다. 신연식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이다. 그만큼 이준에게 투자해도 괜찮다는 다른 판단이었을 게다. 영화계에서 스타 파워를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의 배우가 한 명 더 나왔다는 사실을 알린다.
영화는 일반인들에게는 먼, 알 수 없는 연예계를 집중한다. 건너들은 스폰서와 연예인의 은밀한 거래, 선·후배들의 기 싸움, 남·녀 배우의 아찔한 하룻밤 등이 녹아 있다. 어찌 보면 빤한 내용인데 신 감독은 이준이라는 신인 배우를 데리고 쫀득쫀득한 극 전개를 펼쳐 나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