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특이성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인정할 만하다.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간 스릴러 영화가 쫓고 쫓기는, 또 누군가 죽고 죽이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의 초점은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감정 연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은을 연기한 손예진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를 꿈꾸는 다은. 궁금한 건 못 참고 질문하고 알아내는 성격의 소유자다. 친구들과 면접시험을 준비하다 공소시효와 관련한 예상 질문에 “어린이와 여자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는 공소시효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인물이다.
다은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서, ‘혹시?’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된다. 의심은 점점 깊어지고 아빠의 뒤를 밟는다. 착해 빠졌던 아빠가 사실은 전과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 그간 존재조차 몰랐던 엄마가 살아있다는 사실도 인지하는 등 다은이 알지 못했던 과거들이 하나씩 현재의 삶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궁금증을 못 참고 찾아간 한채진 군의 아버지로부터 전해 받은 쪽지를 받아들고는 충격에 빠져 버린다.
세상에 둘도 없는 모녀 사이는 이제 오간 데 없다. 아빠를 향한 실망감, 원망, 분노가 치솟는다.
손예진은 한 영화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감정의 진폭이 엄청났을 텐데 그 깊이를 무난히 소화했다. 몰입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제목을 정말 잘못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맛은 쫀쫀하다.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춘 김갑수와 손예진이 한 수 더 높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95분.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