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997년 ‘하늘색 꿈’으로 풋풋한 이미지의 소녀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선 박지윤은 ‘스틸 어웨이’(Steal Away) ‘아무것도 몰라요’ 등의 히트곡들을 내놓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더니 돌연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며 도발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것도 모자라 ‘난 남자야’ 등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환상’ ‘난 사랑에 빠졌죠’ 등 박지윤 특유의 소녀다운 모습도 존재했다.
박진영 프로듀서의 곁을 떠나서는 순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솔직한 앨범들로 흔히 말하는 인디신에서 마니아층의 팬을 확보하며 조용히 음악생활을 해왔다. 담담한 목소리에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더해져 또 다른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런 그녀가 또 한 번의 변화를 알렸다. 최근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89에 둥지를 틀고, 21일 첫 싱글 ‘미스터’(Mr.)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정규 8집 발매 이후 1년 8개월만의 새 앨범이다.
사진=미스틱89 제공 |
이번 앨범은 1년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올해 겨울과 내년 봄, 그리고 여름까지 이어진다. 이후 4개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 몇 곡을 더 추가해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1년 프로젝트의 시작인 ‘미스터’의 타이틀곡은 프라이머리가 작사·작곡을 맡았으며, 또 다른 수록곡 ‘목격자’는 총괄프로듀서인 윤종신이 작사·작곡했다. 프로듀서들이 바라보는 박지윤의 음악적인 색깔을 담아내려는 의도다.
“최근 앨범을 내고 기자들을 만났는데 대부분이 ‘하늘색 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학창시절 들었던 노래의 가수를 만나게 돼서 반갑다고. 저도 제 과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설레고 기분 좋더라고요.”
박지윤이 한창 방송을 통해 모습을 비추던 그 당시와는 가요 시장에 많은 변화가 왔다. 박지윤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도 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번 앨범의 목표란다. 싱글 앨범을 내는 것도 그녀의 음악인생에서 처음이었다. 항상 정규를 고집하던 그녀는 “세상을 내가 바꿀 수는 없으니 그 추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열린 마인드를 보였다.
“인디 성향이 짙은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할 당시에는 시장 자체가 다르고, 내가 나아가야하는 방향과도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돌들을 보면서 특별한 감흥이 없었어요. 나와는 별개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런데 이번에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되면서 트렌디한 이미지와 음악들로 어필을 하려고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돌과 붙는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순위 면에 있어서 경쟁을 해야 하는 구도이긴 하지만 순위가 내 앨범을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거움은 없어요.”
‘트렌디’를 강조하는 박지윤의 이번 앨범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프로듀서, 피처링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흔히 “프라이머리와 작업을 하면 (음원) 성적이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더해 ‘아는사람 얘기’로 차트를 장기간 집권하던 산이까지 피처링으로 나섰다.
“윤종신과 여러 가지 음악적인 방향과 색깔을 이야기 했다. 이번 앨범의 공약은 다시 한 번 대중들과 호흡을 하고, 대중들을 위한 음악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거예요. 그래서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했고, 최고의 프로듀서인 프라이머리를 찾았죠. 산이 역시 마찬가지고요. 두 분이 디스전 당시 대립각을 세웠던 레이블의 소속이라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두 사람은 친한 관계이고, 더 중요한 건 제 곡은 그 이전에 완성이 됐다는 거죠(웃음).”
사진=미스틱89 제공 |
박지윤의 대답에서 제법 여유가 묻어났다. 공백과 함께 20대의 사춘기를 겪었다는 그녀는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가 됐고, 지금의 생활을, 그리고 일을 즐길 수 있는 ‘여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때다 싶어 결혼 계획을 물었다.
“생각은 있죠. 그런데 결혼이라는 것이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해야죠. 너무 늦지 않게…. 사실 성격 자체가 가볍게 만나는 것이 안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아요. 제 노래랑은 정말 다르죠? 일단 바짝 일을 할 생각이에요.”
이전에 비해 훨씬 성숙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완벽한 완성은 없다”며 가수 겸 영화배우 제인 버킨(Jane Birkin)을 본받고 싶은 아티스트로 꼽았다. 제인 버킨은 1946년생
“아직도 멋있게 본인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아티스트로서 그 연세까지 그 열정을 무대에서 쏟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것 같고 행운인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팬들과 음악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