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은 과연 존재할까. 소설이나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순수한 사랑을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터. 배우 주원(26․본명 문준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뮤지컬 ‘고스트’를 통해 주원은 올 가을, 다시 한 번 그런 사랑을 꿈꾼다.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처음 무대에 선 뮤지컬 배우 출신이지만 2010년 브라운관 데뷔 후 줄곧 TV와 영화에서 활약해 온 주원. 4년 만에 돌아온 무대는 여전하지만, 정작 주원 그 자신은 조금 달라졌다.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4년 전엔 어리기도 했고, 내가 무언가 의견을 내놓는다는 게 (스스로) 건방지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더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니까, 부담 없이 이야기 하고, 뭔가 더 공동 작업을 하는 느낌이죠.”
“이번엔 누군가 밑에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까진 막내”라며 칭얼대면서도 “형들에게 기댈 수 있어 좋다”며 빙긋 웃는 주원.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스트’의 얼굴로 나선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는 “다른 캐스팅 연습을 볼 땐 관객 입장에서 더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작품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고향에 온 기분이지만 한편으론 왠지 어색하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처음엔 정말 어색했어요. 분명 제가 몸담았던 공간인데도 처음엔 무대에 서있는 것도 힘들더군요. TV 드라마와 달리 공연 시간 내내 전신이 노출되니까 서있는 것도 힘들고, 연기적인 톤을 잡는 것도 어려웠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초반엔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이 많았죠.”
“영화 ‘사랑과 영혼’을 스무 번 넘게 봤어요. 그렇게 푹 빠져서 본 작품이 몇 개 있죠. ‘로미오와 줄리엣’, ‘노트북’, ‘타이타닉’도 그렇고요. (전부 다 사랑 이야기네요?) 네. 그런 것에 마음이 꽂혀서요. 보고 나면 그냥 환상에 젖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뭘 어떻게 해야겠다기보다는, 꿈을 꾸게 되죠.”
‘고스트’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드라마 ‘7급 공무원’ 막바지 잠시 짬을 내 오디션을 봤고 당당하게 낭보를 들었다. 주원은 “내가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기대와 반신반의한 반응이 공존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주원은 자신만의 ‘샘’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연일 고군분투 중이다. “오랜만의 뮤지컬이고, 트리플 캐스팅인 만큼 형들과 다른 내 것으 빨리 찾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매 장면이 너무 무대 같지 않게 하고 싶어요. 이미 완성된 동선 안에서도 좀 더 움직이려 하고, 제가 화 나고 울부짖는 모습들이 가짜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해요.”
극중 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을 자신의 몸짓과 목소리를 빌어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것. 그 와중에도 기존 작품들에서 해보지 못했던, 그리고 전 세계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전무후무한 불멸의 사랑으로 손꼽히는 ‘고스트’ 속 애절한 사랑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솔직한 심경도 덧붙였다.
극중 상대 캐릭터인 몰리 역에 더블 캐스팅 된 아이비와 박지연에 대해서는 “소름끼친다”고 표현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비 누나는 정말 웬만한 뮤지컬 배우도 못 할 것 같은 노래를 너무 소름 돋게 부르시니까, 그 부분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되게 많을 것 같아요. 지연이는 노래도 노래지만 꾸미지 않은, 날 것 같은 연기가 정말 좋고요.”
주원은 샘의 절규보다 몰리의 독백을 지켜보며 눈물짓는 장면이 더 표현하기 힘들다 했다. “같이 울면서 연기하는 부분은 관객들에게 의미가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겠지만, 제가 혼자 지켜보면서 연기하는 건, 잘못하면 감정이 잘못 전달될 수도 있으니까요.”
인터뷰 말미, 주원은 “나는 귀신이기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2시간 40분 동안 내 모습을 보실 수 있다”이라고 깨알 홍보를 하며 ‘고스트’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주원 아닌 샘이 보이면 더 좋겠고요. 관객 분들께서 깨끗한 사랑, 그것 하나만 가지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적으로는 할 수 없는 그런 사랑. 그리움일 수도 있고, 그땐 그랬지 하는 마음일 수도 있고요. 그 감정 자체를 느끼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