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나영 기자]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매번 악역을 맡아 사람들이 오해할까 걱정된다며 웃는다. 배우 손은서는 길지 않은 연기 활동에도, 캐릭터 만큼이나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006년 광고를 통해 데뷔한 손은서는 드라마 ‘과거를 묻지 마세요’ ‘공주가 돌아왔다’ ‘욕망의 불꽃’ ‘스파이 명월’ ‘내 딸 꽃님이’ ‘메이퀸’ 영화 ‘허밍’ ‘시선 1318’ ‘여고괴담5’ ‘창수’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그녀의 신화’는 역경을 딛고 명품가방 제작의 꿈에 도전하는 정수(최정원 분)의 성공신화를 담은 작품으로 마지막회 3.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 드라마에서 손은서는 사촌 정수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은 물론, 그녀의 사랑까지 쟁취하려는 끝없는 욕심을 보이지않는 악역 김서현 역을 맡았다.
“드라마가 마지막 방송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함께 촬영한 출연진 뿐만 아니라 스태프 모두 오랜 기간 동안 고생 많았어요. 쉴 수 있다는 것은 좋은데, 지금은 많이 아쉽네요.”
사진= 옥영화 기자 |
“김서현이란 캐릭터는 한마디로 이유 있는 악역이에요. 기존에 연기했던 역할은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걸 다 가지고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부족할 것 없이 자랐다면, 이번 역할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도 하고 싶고 모든 방면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데 환경이 안 따라저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점이 달라요. 그러던 중 부잣집 딸로 살아갈 수 있는 솔깃한 기회가 찾아오니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그것을 향해 달려가다보니 악역이 되는 역할이에요. 사람이라면 그런 제안에 솔깃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그 상황이었다면 흔들렸을 거예요.”
“이러한 김서현 캐릭터는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악행이 있어도 이유가 있으니까요. 또 드라마 후반에는 양부모님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한없이 밉고 얄밉지 않은 모습으로 정말 양부모님을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요. 작가님이 김서현이라는 캐릭터를 신경써주셔서 악역이지만 밉고 얄밉지만 한 게 아니라 동정을 얻고 공감가는 인물이 된 것 같아요.”
손은서는 악역을 연달아 4번 맡은 배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쿨한 모습과 모든 말에 성의껏 호응해주는 친절함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TV를 통해 화를 이끌어내던 악역이 맞나 싶었다.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악역 했던 모습을 보고 제의가 계속 들어오는 것 같아요. 아마 이 작품을 끝내고도 악역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는 밝고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제가 다른 걸 해봐야지 ‘아! 다른 것도 나랑 맡는 구나’하고 알텐데. 아직 제가 못해본 역할이 많다보니 악역으로 굳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죠. 사람을 그렇게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대부분의 악역은 착한 여주인공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뺏긴다. ‘그녀의 신화’에서도 역시 손은서는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한 역할이었다. 극중 정수(최정원 분)에게서 진후(김정훈 분)과 민기(박윤재 분)를 빼앗으려 고군분투했지만 두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사랑받는 역할도 하고 싶지만 일단 진짜 밝고 명랑한 인물을 그려보고 싶어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자체가 밝아 보이는 역할이요. 아니면 중성적인 ‘커피프린스’의 고은찬 역할이나, 액션물을 찍고 싶어요.”
사진= 옥영화 기자 |
“현대물은 ‘아이리스’, 사극 경우 ‘다모’ 같은 액션물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액션스쿨에서 몇 번 합을 맞춰보기도 했고, 액션을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른 분들이 힘들다고 했던 와이어 타는 것도 재미있어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요.(웃음) 예전에는 수영, 킥복싱, 요가 등 이것저것 배워보기도 했는데, 요새
인터뷰를 하다보니 세련된 이미지에 예쁜 외모, 얄미운 악역을 맡아온 손은서의 기억은 온데간데없었다. 밝고 명랑한 욕심 많은 배우가 있을 뿐이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창수’를 통해 또 다른 연기 변신을 꾀하는 손은서의 모습에 기대감이 쏠린다.
김나영 기자 kny818@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