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나를 몰라도 넌 한참 모르지 내가 어떤 여잔지” (가희 ‘잇츠 미’(It’s Me) 가사 中)
흔히 말하는 ‘센 언니’로 통했던 애프터스쿨의 가희가 “모든 걸 내려놓았다”라며 솔로 가희의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그게 바로 나”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느낌이 부드럽다는 말 한 마디를 가볍게 던지자 얼굴 탓, 조명 탓, 메이크업 탓을 해가며 억울해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
애프터스쿨로 활동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솔로 첫 미니앨범을 발매했을 당시와도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긴다. 사실 솔로로서의 첫 앨범을 발매했을 때도 걸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진정한 가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애프터스쿨과 관련된 모든 걸 바꿨어요. 샵이나 스타일리스트, 댄서 등 모두 나만의 팀을 찾아서 꾸렸죠. (애프터스쿨 졸업 후) 어려운 점도 많고, 어떠한 방향 제시도 없이 진행이 돼서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마음을 먹고 천천히 나가다 보니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더라고요.”
지난달 10일 발매된 ‘후 아 유?’(Who are you?)는 여행 과정, 또 여행 이후 가희의 생각을 담은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저 ‘재밌는’ ‘멋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던 가희는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했고 이를 토대로 앨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음악’이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렸고, 재킷, 안무, 수록곡 등 앨범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힘들게 얻어낸 판단인 만큼 각오가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다들 비장한 각오로 임했을 거라고 얘기하세요. 그런데 오히려 완전 반대에요. 모든 것을 내려놓자는 마음이었죠. 갑옷을 입고 전투적으로 활동하지 말자. 나한테 어울리게, 나한테 맞게, 나한테 즐거운 방법으로 재밌게 일하고 즐기자는 마음이었어요. 아이돌과는 절대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자리를 잘 찾아서 즐기자는 마음으로 나왔죠.”
사진=이현지 기자 |
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내놓는 노래라지만 욕심이 전혀 없진 않았다. 안무면 안무, 노래면 노래, 콘셉트면 콘셉트. 뭐 하나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특히 수록곡들의 작곡가가 신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모험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위험할 거라는 평도 있지만 제 생각을 믿었어요. 유명 작곡가의 이름을 빌려도 망해가는 가수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내 소신껏, 내 생각대로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한 150곡을 받았는데 모니터 과정을 거쳐 추린 것이 지금 앨범에 수록된 6곡이에요. 다른 좋은 곡들도 많은데 다 담지 못한 게 아쉬워요.”
특히 ‘잇츠미’의 작곡가 엘리스 스카이는 故 로티플 스카이(김하늘)이었다. ‘잇츠미’는 지난달 8일 고인이 된 로티플스카이의 곡이었던 것이다. 항간에는 로티플 스카이의 죽음으로 인기를 끌려는 것이 아니냐는 황당한 억측까지 등장했다.
“하늘이 소식을 듣고 많이 힘들었어요. 첫 무대의 사전녹화를 준비하고 있을 때 소식을 들었는데 ‘이걸 해야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하늘이 어머니께서 ‘하늘이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부탁도 하셨고, 멋진 무대를 기대하셨어요. 그래서 최대한 덤덤하게 무대에 올랐죠.”
“아시겠지만 안 좋은 소문도 있었잖아요. 나쁘게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밖에는 없었어요. SNS에 하늘이 곡이라는 걸 알린 것도 말이 많았는데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했어요.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건 하늘이가 일을 당하고 이슈를 만들기 위해 타이틀곡을 ‘잇츠미’로 결정했다는 평이었어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작곡가는 물론, 피처링진도 돋보인다. 전 수록곡에 피처링을 삽입한 것은 그녀의 이번 앨범에 대한 욕심을 대변하고 있었던 셈이다. 윤도현, 베카, 도끼, 스윙스 등이 바로 그녀에게 힘을 보탠 주인공들이다. 특히 타이틀곡 ‘잇츠미’에는 그 욕심이 더욱 도드라진다.
“랩 부분에 래퍼가 없는 경우는 흔치 않잖아요. LA에 계신 덤파운디드를 모셔올 수는 없는 건 아는데 그 부분에 다른 아티스트를 넣고 싶지도 않았고, 곡을 수정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제 나름대로의 욕심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부분에 남성적인 춤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만들었어요. 여성의 섹시함 보다는 그게 저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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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희는 흔한 섹시코드가 아닌 자신만의 당당하고 파워풀한 댄스로 의외의 섹시함을 보여줬다.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나오는 섹시미는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가희에게 더 잘 어울리기도 했고.
“섹시가 흘러나오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웃음) 화려하게 꾸미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죠. 중성적인 섹시미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 않던가요?(웃음)”
확실히 매력 있었다. 일전에 비욘세 놀스를 롤모델로 꼽았던 것이 생각났다. “비욘세는 여성에 대한 존중을 메시지로 담을 노래를 많이 불렀다. 비욘세처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던 그녀였기에 이번 앨범을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않았을까. 가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애프터스쿨 때와는 너무 달라서 “심경의 변화가 온 이유”를 묻고 싶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애프터스쿨을 하면서 힘들었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